[주가 71P 대폭락]『블랙데이』공황불안 순식간 확산

  • 입력 1999년 7월 23일 23시 37분


이른바 ‘대우변수’에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사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23일 자금시장에서 대우그룹 구조조정으로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된 투신권을 중심으로 채권 투매현상이 일면서 금리가 급등했으며 이 여파로 주식시장까지 덩달아 동요, 주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했다.

주가 환율 금리 등이 트리플약세를 보이며 모두 안정궤도에서 벗어나자 시장주변에선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란 말까지 나돌며 금융공황에 대한 불안감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 금리폭등 ▼

주가 폭락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 요인. 이날 채권시장의 딜러들은 “매수주문은 거의 없이 매도주문만 잔뜩 쌓인 패닉(심리적공황)상태가 연출됐다”고 말했다. 전날보다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0.42%포인트 급등했다.

투신권을 포함한 금융권이 대우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자 대우 채권매각에 적극 나서면서 채권유통수익률이 급등하고 채권가격이 폭락한 것. 여기에 이달 마지막 2주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공사채형 수익증권 3조원어치도 대규모 채권매도를 유발, 금리 속등을 부추겼다.

LG증권 성철현(成哲鉉)채권트레이딩팀장은 “투신권으로부터 자금이 대량인출될 가능성에 대비,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세력의 투매성 채권매도가 이어졌다”며 “채권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관이 거의 없어 당분간 금리하락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이날 대우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투신권이 25조원, 은행권이 8조원 등 30조원 이상의 자금이 묶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국채가 30조원 이상 발행되는 것보다도 더 큰 채권시장의 수급악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자금시장의 유동성 부족을 우려한 보험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신권에 대해 잇따라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환매요청을 하고 나서 사태가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날의 금리 급등은 결국 대우문제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이 신속하고 분명한 대응자세를 보여주지 못한데 따른 시장의 실망감이 표현된 것으로 분석하고 대우변수가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사정 때문에 앞으로 시장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 주식시장동향과 전망 ▼

15일 하루동안 최고 1조1496억원이 증가했던 주식형 수익증권 수탁고는 증가세가 둔화, 21일에는 821억원 느는데 그쳤다. 대우증권은 “금리수준이 한단계 상승할 조짐을 보이면서 주식형수익증권 자금의 유입이 줄어 국내자금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국면은 마무리돼가고 있다”며 “외국인의 투자로 주가가 오르는 시기가 올때까지는 상당기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매도공세도 큰 불안요인. 23일도 외국인 투자자는 1796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열흘 이상 매도우위를 유지했다. 환은스미스바니 증권의 전용배(田勇培)국제영업부장은 “지수 1000부근에서 외국인 매도는 단순한 이익실현 차원이라고 볼 수 있지만 900∼950선의 매도는 대우그룹 등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매도폭을 늘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투자자문 구재상(具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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