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안정이 선결과제〓채권전문가들은 지난주 채권금리가 폭등한 것은 투신사들이 대우그룹 지원용 자금마련을 위해 보유채권을 상당량 매도한데다 금리폭등세에 놀란 외국 금융기관이 ‘덤핑성’물량을 대거 내놓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정부는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25일 △저금리 정책기조 유지 △투신사에 환매자금 지원 △금융기관에 공적자금 지원 등 일련의 대책을 내놓았다.
최대 채권매수기관인 투신사의 채권매도 공세는 정부의 환매자금 지원으로 다소 누그러질 수는 있겠지만 공사채형 펀드 가입자의 환매공세가 이어질 경우 시장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정명창(鄭明昌)금융시장국장은 “시중유동성이 풍부한데도 금리가 급등한 것은 대우여파로 인한 투신권 자금이탈을 우려한 때문”이라며 “통화당국이 선제대처한 만큼 시중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그러나 대한투자신탁 한동직(韓東稷)수석운용역은 △성장률 물가 등 금리수준을 좌우하는 지표가 오름 추세에 있고 △채권매수자금인 공사채펀드 잔고가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대우문제가 시장불안 요인으로 남아있어 금리하락세 반전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엇갈린 전망.
▽단기적으론 폭락세 진정, 장기적으론 불투명〓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일단 주가 폭락세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부의 조기대응이 ‘주가폭락에 정부가 방관하지 않겠다’는 신호로서의 기능을 할 것이란 얘기. 그러나 ‘투자심리의 회복’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대신증권 나민호(羅民昊)투자정보팀장은 “150포인트 가량 단기폭락으로 기술적인 반등이 예상되는 시점인데다 금융시장 안정대책의 발표로 폭락국면이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저금리를 기반으로 시중자금 증시유입→주가상승→기업 자금조달 용이→재무구조 개선→실적 개선→주가상승의 선(善)순환은 이제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대신증권 나팀장은 특히 “대우에 콜자금을 지원하고 금융기관에 추가부실 발생시 공적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식의 발상이 외국인들에겐 ‘대우에 연명할 자금을 대주는 미봉책’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며 대우파문을 수습할 좀더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흥증권 정병선(鄭秉善)이사는 “이달들어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커진데는 대우문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며 “투자자들이 심리적인 공황상태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폭락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증권 관계자는 “채권은행의 손실이 불가피하겠지만 기업구조조정의 최대악재가 제거된다는 측면에서 증시에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