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대우그룹 구조조정 계획 발표가 있은 19일 이후 26일까지 증시가 휴장한 주말을 제외하고 6일 연속 모두 6489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도 19일 102억원에서 20일 754억원으로 계속 증가해 23일에는 1934억원으로 늘었다가 26일에는 1324억원으로 그 규모가 약간 줄어들었다.
그러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해외유출액은 19∼23일 732억원으로 증시 이탈자금이 환율상승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고 있다. 이 기간에 해외로 나간 자금은 외국인 순매도 금액의 14.1%선.
한국 주식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 전문가 5명에게 대우쇼크와 정부의 금융시장안정대책 이후의 국내 주식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 마이클 홀스버그(한누리투자증권 부사장)
외국인들이 최근 계속 매도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KOSPI지수가 달러로 환산했을 때 올초보다 57% 올라 상당한 이득을 봤고 앞으로 원화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 외국인들은 빨리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한편에선 한국의 주가가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고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한국정부는 대우쇼크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한 회사가 부도나 그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주주가 모든 것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정부가 기관투자가들에 순매수를 강요하는 것은 해외투자가를 당혹스럽게 하는 최악의 시장개입이다.
KOSPI지수는 쉽게 700∼750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너무 높기 때문에 이는 아주 정상적인 조정이라고 본다. 조정국면은 1,2개월정도 걸릴 것이다. 아마도 10∼12월중 주가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 루니(템플턴 투신운용 사장)
최근의 주가폭락은 한국의 주식시장이 실제가치에 비해 다소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많아지는 시점에서의 폭락이어서 오히려 바람직하다. 새로 설정되는 주식형펀드의 적극적 매수가 이뤄지면 ‘바닥’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지만 대략 종합주가지수 800∼850을 저점으로 보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당황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야 할 때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주가지수는 600이하였다. 지금이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험난한 길을 거쳐야 하지만 언젠가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2000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
물론 이번 폭락장세를 촉발시킨 것은 대우사태다. 대우는 이미 1년반 이상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책임을 다하지 않아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불안을 가져왔다. 투신권에 대한 자금지원 등 한국정부의 초기대응은 적절했다고 본다. 그러나 근본적인 과제는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돼 더 큰 ‘시스템 리스크’가 생기지 않도록 단호하고 신속하며 효과적인 대응이다.
★피터 손(외환은행 IR팀장)
한국 주식시장은 올들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시장중 하나다. 7월중 1027선까지 올랐던 주가가 지난주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지만 달러기준으로 볼때 아직까지 50%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급격한 상승 이후에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좀 더 신중한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외국금융기관들은 그동안 대우그룹 재정상태를 주시하며 우려해왔다. 최근 발생한 대우그룹의 유동성 부족사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한국 정부가 대우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주도하는 것은 대우그룹의 파산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대우 문제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어느 정도 사라진다면 소비가 주도하는 경기회복세의 지속과 기업 이익 증가세, 그리고 저금리 추세 등에 힘입어 향후 1,2개월내에 종합주가지수가 1000대를 회복할 것으로 본다.
★에드윈 머너(대한투자신탁 투자자문)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계속하는 것은 그동안 워낙 많은 이익을 올려 매도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던 차에 대우문제가 돌출되고 예상 밖으로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대응은 다소 늦은 느낌이다. 그룹 내 우량기업은 살리고 수익성이 없는 계열사는 과감히 도산시켜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들이 진정으로 한국정부를 믿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에는 일부 투기적 성격을 띠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석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 다시 ‘사자’주문을 내놓게 될 것으로 본다.
추가악재가 돌출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는 거의 끝났다. 늦어도 가을이 오기 전에는 순매수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종합주가지수는 다시 800선으로 떨어질 수도 있지만 11∼12월에는 신고점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금리가 안정된다면 장기적으로 2000 이상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본다.
★애드리안 코웰(클라인워트벤슨증권 서울지점장)
대우사태가 계속 꼬인다면 종합주가지수는 단기적으로 830∼8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대우 구조조정의 성과가 구체화하면 연말에는 다시 1000대를 회복할 것으로 본다.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계속하는 이유는 평가이익의 실현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 300∼500선에서 투자한 외국인들의 매도주문. 여기에 대우문제가 불거지고 이자율이 들먹이는 등 약간의 불안심리가 가세해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하지만 이미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아 휴가철이 끝나면 순매도는 멎을 것으로 보인다. 원화 평가절하 추세가 계속되면 환차익을 노려 순매수 전환시기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이번 대우쇼크로 만연된 금융시장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대응은 상당히 신속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행동에 옮길지에 대해서는 많은 외국인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 정부가 대우 구조조정에 정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믿음을 주면 중장기적으로 주가는 다시 한 번 대세상승을 맞을 전망이다.
〈정경준·박현진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