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헌재금융감독위원장이 4개은행장을 만나 채권단 주도의 분명한 대우 구조조정 추진일정을 제시한 것은 대우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으론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주가 폭등으로 ‘시장이 정부를 믿기 시작했다’는 분위기는 형성되었지만 불안의 뇌관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따라 정부는 단시일 내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당국은 25일 유동성지급 등 강력한 금융안정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비록 금리 환율 등은 안정되었지만 대표주자격인 주식시장은 여전히 폭락장세를 연출, 정부대책을 외면했다. 이에 따라 금융불안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다시 커졌다.
금융감독위원회 김영재(金暎才) 대변인도 “대우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지만 시장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어 채권단이 짧은 시간 안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일단 대우와 협의하에 계열분리를 추진한 뒤 출자전환 등을 통해 매각을 원할하게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구조조정이 채권단 주도로 바뀌더라도 대우의 경영진이 그대로 남아 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우의 운명 결정권은 27일을 계기로 채권단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
김우중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가 당장 바뀌진 않더라도 김회장은 참고인 역할을 할 뿐 기업의 매각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채권단이 행사하게 된다.
금감위 고위층에서는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현 대우경영진은 언제든지 물러나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말도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계열사 분리 매각 합병 등은 대부분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주주들을 무시한 채 채권단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