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권단 경영권 행사]계열분리등 매각작업 주도

  • 입력 1999년 7월 27일 19시 48분


정부가 드디어 4개 채권은행을 내세워 본격적인 대우그룹 해체작업에 돌입했다.

27일 이헌재금융감독위원장이 4개은행장을 만나 채권단 주도의 분명한 대우 구조조정 추진일정을 제시한 것은 대우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으론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주가 폭등으로 ‘시장이 정부를 믿기 시작했다’는 분위기는 형성되었지만 불안의 뇌관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따라 정부는 단시일 내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당국은 25일 유동성지급 등 강력한 금융안정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비록 금리 환율 등은 안정되었지만 대표주자격인 주식시장은 여전히 폭락장세를 연출, 정부대책을 외면했다. 이에 따라 금융불안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다시 커졌다.

금융감독위원회 김영재(金暎才) 대변인도 “대우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지만 시장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어 채권단이 짧은 시간 안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일단 대우와 협의하에 계열분리를 추진한 뒤 출자전환 등을 통해 매각을 원할하게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구조조정이 채권단 주도로 바뀌더라도 대우의 경영진이 그대로 남아 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우의 운명 결정권은 27일을 계기로 채권단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

김우중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가 당장 바뀌진 않더라도 김회장은 참고인 역할을 할 뿐 기업의 매각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채권단이 행사하게 된다.

금감위 고위층에서는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현 대우경영진은 언제든지 물러나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말도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계열사 분리 매각 합병 등은 대부분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주주들을 무시한 채 채권단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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