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산층대책 공평과세부터

  • 입력 1999년 8월 3일 18시 40분


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사태를 부른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그룹이 중산층과 서민층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다. IMF상황 극복과정에서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중산층 취약화가 급속하게 진행돼왔음은 정부와 민간의 여러 통계가 잘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몇가지 총량적 지표의 ‘IMF 이전(以前)수준 회복’을 ‘IMF위기 극복’으로 간주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건전한 계층구조의 붕괴는 경제사회불안의 만성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중산층 및 서민층 보호대책 수립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기대되는 바 크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그 대책의 핵심으로 소득계층간 과세(課稅)형평성 제고를 위한 세제개혁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에 본질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공평과세는 정권 안위(安危)의 차원을 넘어선 국가적 과제다. 이 현안을 미봉하고서는 중산층 및 서민층 보호를 위한 어떤 안정대책도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도시가구의 소득세 및 소비세 부담률은 최하위 10% 소득층의 경우 97년에 소득액의 7.1%이던 것이 98년엔 14.1%로 높아졌다. 반면에 최상위 10% 소득층의 부담률은 변함없이 소득액의 10.3% 수준이다. 이같은 현실은 ‘능력에 따른 세금부담’이라는 조세원칙을 크게 벗어난다. 특히 봉급생활자들은 종래의 세금뿐만 아니라 기업 및 금융의 부실 해소를 위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지출의 상당부분을 두고두고 분담해야 한다. 그러면서 재벌 등 일부 부유층이 미비된 법제도를 악용해 벌이는 편법 탈법적 부의 세습을 구경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중산층과 서민층의 실질소득 증가를 유도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조세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주기 바란다.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물리는 간접세 위주의 조세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소득 역진적인 간접세가 60% 수준에 이르는 후진적 조세체계를 그대로 둔 채 소득불균형 해소와 조세형평성 제고를 강조하는 것은 공허하다.

또 불로소득 및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강화와 변칙적 상속증여를 막기 위한 제도강화를 동시에 꾀해야 한다. 고소득 전문직 및 자영업자들의 소득 탈루를 조장해온 간이과세 및 과세특례제도 역시 손질해야 할 것이다. 이중과세 성격을 띤, 복잡한 목적세들을 대폭 정비하는 등 조세체계를 납세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화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금융종합과세는 변화된 금융환경을 충분히 감안해 새로운 내용으로 재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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