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車-채권단, 삼성株 출연방식놓고 '세금 신경전'

  • 입력 1999년 8월 10일 18시 46분


삼성 이건희(李健熙)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의 출연방식을 놓고 삼성자동차 채권단과 삼성그룹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아무런 조건없이 채권단에 증여한 것인지, 아니면 삼성차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인지에 따라 어느 한쪽이 수천억원의 세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

▽단순증여의 경우〓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삼성생명 주식은 채권단에 단순증여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런 의미라면 채권단이 증여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어야 한다.

현행 법인세율은 순이익 1억원 이하는 16%, 초과분은 28%이다. 삼성측의 주장대로 400만주의 가치가 주당 70만원씩 2조8000억원이라고 하면 채권단이 물어야 하는 세금은 무려 7800억여원.

과세당국의 평가로 주당 가치가 70만원에 못미치더라도 최소한 수천억원의 세금을 내야 할 전망이다.

삼성측은 “주식을 증여받은 뒤 채권단이 삼성차의 부채를 손비처리하면 세금부담이 없어진다”고 설명하지만 채권단은 “삼성차가 아직 살아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채권을 회수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정되지 않아 세법상 대손처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위변제의 경우〓채권단에서는 “이회장이 삼성차의 부채를 대신 갚아 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이런 경우 이회장에게는 그만큼 구상권이 발생, 소득이 생기는 셈이므로 관련세금을 물어야 한다.

주당 7000원씩 280억원에 취득한 삼성생명 주식으로 삼성차 부채 2조8000억원을 갚아주면 이회장은 2조7720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은 셈이며 이익의 20%인 5540억원을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상장주식의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지만 비상장주식은 세금을 문다. 이회장이 삼성차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해도 소득은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세금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 조세전문가들의 설명.

현행 세법은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 사주가 사재를 출연해 금융기관 부채를 갚을 경우 법인세 양도세 등을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주식 등 현물의 경우 세금감면을 받으려면 97년12월말 이전에 취득한 자산이어야 하는데 이회장이 내놓은 주식은 작년에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삼성차에 증여한 경우〓이회장이 삼성생명 주식을 삼성차에 증여하고 삼성차는 이를 채권단에 넘겨주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이회장이나 채권단은 세금을 피할 수 있지만 삼성차가 증여에 따른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이회장이나 채권단 모두 삼성생명 주식이 삼성차에 증여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 주식이 법정관리를 신청중인 삼성차의 자산에 합쳐져 처분권한이 법원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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