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을 ‘미국이 시키는대로 한국경제를 미국화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실패한 지도자’로 평가한 그의 글이 최근 국내에 소개된 뒤 여권인사들이 잇따라 나서 ‘오마에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0일 “오마에의 글은 결국 우리더러 일본에 의존하라는 얘기인데 여기에는 일본의 한국견제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97년 외환위기 때 빌려준 돈을 제일 먼저 회수해 간 나라가 일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경제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8% 정도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인데 우리는 그렇게 큰 나라가 아니다”며 “오마에의 글이 게제된 일본의 격주간 국제정보지 ‘사피오’의 성향(우익성향)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회의 정책위도 이날 ‘오마에 겐이치의 논평에 관하여’라는 문건을 내고 그의 주장에 대해 조목 조목 반박했다. 이 문건은 오마에가 지적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개발경제 시절 이후 축적된 구조적인 문제로 현 정부는 이를 고치기 위해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건은 또 현 정부의 재벌개혁은 오마에의 주장처럼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들을 핵심사업에 집중토록 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장성원(張誠源)제2정책조정위원장은 “오마에는 현 정부가 친미(親美)적 경제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한국으로서는 외환위기 당시 국제역학관계상 불가피하게 미국과 가까운 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의 글을 보고 우리의 특수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오마에의 글이 현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성과를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면서 싫지 않은 표정이다. 당 정책위는 오마에의 글이 국내 언론에 소개되기 전에 이 글을 입수해 분석작업까지 이미 마쳤다는 것.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최근 오마에의 글과 관련해 “그의 주장에 공감하며 현 정권의 경제정책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며 “현 정부는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묵·공종식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