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주가는 대우그룹이 채권단 구조조정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틀간의 상승을 멈추고 급락세로 돌아섰다. 채권시장은 외형상으로는 안정된 모습이었으나 정부의 창구지도에 따른 ‘억압된 안정’이라는 게 시장의 반응.
▽주식시장〓대우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로 과감히 선취매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4.58포인트 떨어진 944.08로 마감됐다.
10일 열흘만에 순매수를 보였던 외국인들도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고 그동안 장을 지지해오던 투신사들마저 매물을 쏟아내 시장 분위기는 더욱 냉랭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874억원어치, 기관투자가들은 투신사 503억원을 포함, 11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205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대우그룹주는 경남기업과 대우증권 우선주를 제외한 12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약세였다.
▽채권시장〓대우사태에 대한 불안심리로 급등세를 지속하던 장기금리의 오름세는 주춤해진 모습.
그러나 여전히 불안요인이 가시지 않아 상승세가 멈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채권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정부가 금리급등을 막기 위해 투신사의 매도를 막고 은행권에 매수를 유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외국계 은행의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정부가 금리급등을 우려해 창구지도에 나선다면 더 큰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자금 이탈〓‘대우쇼크’이후 증시를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1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대우그룹 구조조정방안이 발표된 지난달 19일부터 거래일 기준으로 18일간 총 1조861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구조조정안 발표전 같은 기간 외국인들의 순매도규모는 1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
한 외국계증권사 임원은 “대우그룹이 마지막까지 증권 등 일부 계열사를 놓지 않으려 버티는 것을 보면 정말 구조조정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대책〓대우문제가 난항을 겪을 경우 예견되는 금융시장 불안재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회 김영재(金暎才)대변인은 “대우그룹이 시장반응을 항상 주시하고 있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며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주가뿐만 아니라 금리 환율 등도 덩달아 요동치면 ‘강도높은 조치’가 불가피할 전망.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의 조기퇴진 등도 상징적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준·이용재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