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전문가-재계 반응]'출자총액 제한' 최대이슈

  • 입력 1999년 8월 25일 18시 42분


《25일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발표된 정부의 재벌개혁안에 대해 재계는 출자총액 제한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나 개혁파 학자들은 더욱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하는 등 반응이 극명히 엇갈렸다.》

▼재계▼

재계는 정부가 2001년 4월부터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시행키로 한데 대해 신중을 기해줄 것을 건의했다.

손병두(孫炳斗)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전경련회관에서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출자총액이 제한되면 재무구조개선 노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사업하는데 비해 국내기업은 해외에서 사업하기가 곤란해질 것이라고 간담회에서 말했다”고 밝혔다.

손길승(孫吉丞) SK회장도 “출자한도 제한이 순자산의 30%로 될 경우 5대그룹은 약 7조5000억원의 계열사지분을 처분해야 할 입장이어서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손병두부회장은 전했다.

이한구(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사장은 “경제는 효율성이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 재벌개혁 조치를 한다면 기업의 효율적 경영에 장애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자본가들이 적극적으로 돈을 투자해 기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이번 개혁방안은 기업의 출자의욕을 꺾는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자를 하지 않는 사외이사의 권한을 너무 강조하는 등 사유재산제도 존립 자체를 저해하는 요소도 보인다”면서 “변칙증여 부분도 법적용이 자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아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간담회 직전 정부에 전달한 ‘구조조정 원활화를 위한 제도개선 요망사항’이라는 건의서에서 “출자한도를 규제하면 핵심업종별 소그룹화를 위한 주식이동이 어려우며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국내기업의 방어수단이 박탈된다”고 지적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전문가▼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벌개혁 방안에 대해 실질적 재벌개혁을 추진하는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장하성(張夏成)교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2001년 4월부터 시작키로 한 것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주장했다. 총수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고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판에 시기를 미루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합재무제표를 만들더라도 비상장회사를 이용한 지분변동이나 재산 빼돌리기는 공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감시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용렬(金龍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재계 합의안은 당위성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볼 때 좀 더 손질해야 할 곳이 많다는 반응. 예컨대 사외이사를 50%까지 늘리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사외이사로 기용할 만한 인재 풀(pool)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며 친 지배주주적 인사들로 사외이사진이 구성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박상용(朴尙用)교수는 전반적인 원칙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보완점이 많다고 분석. 그동안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상호지급보증을 금지했는데도 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를 이용, 교묘히 총수의 지배구조를 굳히거나 상호 지급보증을 금지한 법망을 피해간 사실을 들어 2001년 4월이 아니라 하루속히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재·이 훈·금동근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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