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석유값이 올라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혼자 좋다고 드러낼 수도 없고….”
회사측도 석유개발팀을 그 어느 때보다 ‘보물단지’로 여기는 눈치다. 연탄업을 주력으로 해오다 90년대 들어 유전개발 쪽으로 눈길을 돌린 회사측은 발빠른 변신이 몰고 온 성과에 대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기름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한숨을 짓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처지라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원가 부담이 늘어난다”고 하소연들이다.
▽‘한 빌딩 두 풍경’〓한 그룹 내에서도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 2층 현대종합상사 석유가스팀의 강모 과장은 요즘 눈에 띄게 희색이다.
“지분 참여한 리비아 유전에서 해마다 1000만달러씩 들어오게 돼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액수가 더 늘어나죠. 그러니 기분이 안좋을 수 있겠습니까.”
최근 1,2년간 저유가 시절이 계속되자 유전투자 결정에 소극적이던 회사측은 고유가가 지속될 움직임을 보이자 유전사업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반면 같은 건물 8층에 있는 현대자동차 마케팅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올들어 내수회복과 엔화강세로 모처럼 호기를 맞은 상황에서 유가상승이라는 대형 ‘악재’가 출현했기 때문. 기름값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차 구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들어 내수와 수출 모두 차가 잘 팔려 신바람을 냈는데 ‘고유가 폭탄’을 맞았다”고 걱정스러운 표정.
▽웃는 기업들〓해외유전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수확기’를 맞은 농부처럼 흐뭇하다.
알제리 중국 등 3군데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91년부터 투자하고 있는 알제리 유전이 올해 시범생산에 들어간다. 회사측은 이 유전에서만 연간 200만∼300만달러의 수입을 챙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 SK상사 삼환기업 등도 마리브 예멘 등에 투자한 유전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건설업계도 오일달러로 중동국가들의 금고가 풍족해짐에 따라 ‘중동특수’가 살아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최대 수주난을 겪은 건설업계는 올해 중동지역의 공사 발주액이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
▽울상〓석유화학이나 정유업계는 고유가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유화업계는 원료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을 또다시 인상할 수밖에 없는 정유업계도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