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추가로 제시한 재벌개혁 3대원칙의 실천방안을 구체화한 것. 정부는 그동안 ‘재벌해체’는 있을 수 없다고 수없이 강조했지만 재벌의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후보 추천위제도 도입, 출자총액 제한 등 이번 개혁조치의 핵심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재벌경영체제의 해체를 겨냥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로 재벌판도에도 엄청난 변동이 예상된다.
▽순환출자 규제와 부당내부거래 차단〓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난해초 폐지한 출자총액제도를 부활하고 2001년 4월1일부터 시행한다. 출자한도는 과거에 시행했던대로 자기자본의 25%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한도와 해소시한 예외인정범위 등은 관계부처의 의견수렴을 통해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순환출자란 여러 계열사가 줄줄이 출자해 장부상으로만 자본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낳는 것으로 출자총액을 규제하면 이같은 편법을 막을 수 있다.
또 내년부터 결합재무제표 작성시 계열사간의 출자금은 자본금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 경우 출자금이 많은 그룹은 부채비율이 높아지게 돼 정부의 부채비율 감축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서는 출자금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
부당내부거래도 사후 규제방식에서 사전 예방방식으로 바뀐다. 이를 위해 10대그룹까지 계열회사의 대규모 내부거래는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제도화해 오너나 경영자 마음대로 내부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다.
▽제2금융권 경영지배구조 개선〓제2금융권도 은행과 같이 전체 이사회의 절반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되며 사외이사들은 독립성을 갖고 해당 금융사의 경영을 감시하게 된다.
또 자산 3000억원 이상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현행의 유명무실한 감사제도 대신 사외이사들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가 도입된다. 이와 함께 법령 및 규정의 준수여부를 철저히 감시하고 감독기관에 대한 보고를 경영진의 간섭없이 독립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준법감독관(Compliance officer)제도를 도입할 계획.
주주 및 계열사와 제2금융권의 차단벽을 강화하기 위해 투신사 및 보험사의 동일인 및 자기투자한도 규제대상에 지분은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력이 있는 관련 회사도 포함시킨다.
▽기업지배구조개선〓민간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가 마련하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울 기업들이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한다.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에서는 의결권 행사를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과 집중투표제도 활용 등 소수주주가 경영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자산 1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의 경우 사외이사를 현행 총이사수의 25%에서 50%로 확대한다. 사외이사로 주로 구성이 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그동안 오너가 별다른 견제없이 이사를 선임했던 관행을 차단할 방침이다.
▽변칙 상속 증여 방지〓상속 증여에 대한 과세시효를 15년에서 평생으로 연장한다. 상속 증여세 탈루혐의가 있는 경우 국세청이 나이와 금액제한 없이 금융거래자료를 일괄 조회한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대주주의 범위를 현재의 지분율 5% 이상에서 지분율 3% 또는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으로 넓히고 과세대상거래도 3년간 1% 이상에서 모든 거래로 확대하며 세율도 20%에서 20∼40%의 누진세율로 바꾼다.
비상장주식을 자녀 등에게 증여한 경우 상장후 주식가격을 토대로 증여세를 매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