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규준초안은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이해관계자 △시장의 경영감시 등 5개 부문의 원칙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신용등급 하향조정 등 불이익이 주어진다. 정부는 이를 따르도록 독려하기 위해 각종 법령을 개정할 방침이어서 모범규준초안은 사실상 기업의 의무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들이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재벌개혁이 상당히 진척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모범규준초안은 우선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139개 대규모 공개기업은 이사회를 8인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며 이중 절반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권고했다. 사외이사를 적게 두기 위해 이사회 규모를 줄이지 못하도록 하한선을 정한 것이다. 현재 대규모 공개기업 중 등기이사 수가 8인 미만인 회사는 25개사.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서면 및 전자투표를 적극 권장하고 주주총회도 분산개최하도록 했다.
또 기업의 지배주주가 주주로서의 의결권행사, 혹은 이사로서의 경영참여 이외의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간섭할 경우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사도 아니면서 업무지시를 하고 있는 재벌총수의 경우 반드시 경영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외이사는 취임 승낙시에 기업 경영진 지배주주 등과 이해관계가 없다는 확인서를 제출하고 기업은 이를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사외이사는 직무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했다. 정보없이는 회사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의 중요 기밀사항 요청은 사외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하도록 했다.
또 이사회 개최시 회의록 작성 또는 녹취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이사들은 자신의 행동과 언급, 주장 등에 심사숙고를 하지않을 수 없게 된다. 현재는 회의의 요점 정도만 담는 의사록을 작성하고 있다.
지배주주가 감사위원회 위원을 자의적으로 해임하지 못하도록 주주총회가 이사를 선임할 때 감사위원을 지정하는 등 법적장치를 마련해두도록 권고했다. 감사위에 실질적인 힘을 주기 위한 것이다. 외부감사인은 감사대상기업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이 사실을 감사보고서에 기록하도록 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주주 채권자 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외국인지분이 20% 이상인 기업은 공시사항을 한글 외에 영문으로도 작성해야 한다. 깐깐한 외국인들의 경영감시를 촉진하자는 의도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