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宇계열사들 "우선 나부터 살자" 自社이기주의 심화

  • 입력 1999년 8월 29일 18시 45분


김우중(金宇中)회장의 친정(親政)체제가 붕괴되고 워크아웃으로 계열사 분리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대우 계열사간에 ‘나부터 살고보자’는 자사 이기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계열사간 비협조적 관계가 조성되면서 회사별 회생작업이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9일 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대우그룹 주요 채권은행은 대우 계열사의 수출채권(DA)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대우 협력업체에 지원키로 한 7억달러(약 84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을 우선 지원키로 했으나 자금 분배 비율을 놓고 대우 계열사간에 마찰이 생겨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우의 주요 계열사들이 계열 분리 등에 대비, 서로 자금을 많이 차지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자금 배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문제는 대우의 외상 수출채권 7억달러 가운데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대우전자와 다른 계열사간 이해 관계에서 비롯됐다.대우전자측은 7억달러 가운데 절반을 받아야겠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계열사들은 이번 자금 지원의 목적이 협력업체들의 진성어음 할인을 위한 것인만큼 균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우 계열사들의 결제 능력에 문제가 생기자 계열사간 부품 공급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PC 모니터는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오리온전기와 대우전자 사이에 수요 공급이 척척 맞았던 대표적인 제품. 그러나 대우전자가 발행한 어음이 결제가 안되는 등 문제가 생기자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전망. 대우전자 관계자는 “97년까지는 계열사인 오리온전기로부터 브라운관을 거의 전량 공급받았지만 IMF관리체제 이후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현재는 오히려 지난해 7월 처음 거래를 시작한 삼성전관이 전체 물량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

오리온전기의 공급 축소에 대해 대우측은 대우전자가 생산하는 PC 모니터의 모델이 일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오리온전기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대우전자 대신 삼성전자 등 결제 문제가 없는 업체로 브라운관 공급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관은 최근 160억원 가량의 어음이 결제되지 않자 대우전자에 대한 브라운관 공급을 일단 전면 중단했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결제가 안되기는 오리온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아직은 양사 경영진의 이해로 공급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계열사라는 연결 고리가 끊어진만큼 돈을 못받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브라운관이 계속 공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계열사별 독자노선을 걸으면서 그룹 구조조정본부 직원들도 갈곳이 없어진 상태. 과장급 이상은 이미 스스로 알아서 살 길을 찾으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계열사 전출로 방침이 정해진 대리급 이하 직원들도 이들을 선뜻 받겠다는 계열사가 없어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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