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이 수익성을 도외시한 채 무모한 투자를 감행했다는 증거가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센터 공병호(孔柄淏)소장의 문제 제기다. 공소장은 29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막한 ‘몽페를랭 소사이어티’미팅에서 ‘재벌, 그 신화와 실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해외 식자층이 한국의 독특한 기업운영모델인 재벌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해 향후 논쟁이 예상된다.
몽페를랭 소사이어티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우위를 설파했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교수를 지지하는 경제 전문가들의 모임으로 통화주의(通貨主義)의 대가인 밀턴 프리드먼 등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소장은 먼저 ‘재벌이 정부특혜의 산물’이라는 인식에 대해 “역사가 짧은 재벌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수입제한 등 산업정책의 수혜대상은 재벌만이 아니었으며 재벌들은 오히려 30대 대기업집단제 등을 통해 여신규제, 금융 방송업 진출금지 등 규제를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재벌〓문어발 다각화’라는 등식에 대해서도 ‘주력업종’의 개념이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업체가 금융산업 낙후로 사업에 지장을 받게돼 금융업체 진출을 시도할 경우 일방적으로 ‘비관련 다각화’로 매도할 수는 없다는 것.
재벌들의 높은 부채비율에 대해서도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탓이며 선진국들도 자본시장 발달정도에 따라 부채비율이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정부가 일률적으로 200%의 부채비율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적정 부채비율은 해당기업이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공소장의 이날 주장은 ‘재벌〓부도덕한 기업집단’이란 해외의 일방적 편견에 대해 대체로 ‘한국적 환경에서 최적의 기업운용 모델’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 그러나 외환위기 이전의 재벌의 긍정적 면만을 강조, 국내에서도 추후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