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소 외식 체인업체가 동남아 몇개국을 상대로 자체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판권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것. 외국계 브랜드가 시장을 거의 장악한 국내 실정에서 볼 때 토종 브랜드의 해외진출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화제의 업체는 케밥 스파게티 피자 등을 주요 메뉴로 하는 ‘멜리’라는 업체. 멜리는 동남아 지역에 광범위한 유통망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유통 및 외식 전문업체인 메리트그룹과 △계약금 10만달러 △총매출의 3%에 해당하는 로열티 △점포 한 개 개점시 5000달러 등의 조건으로 판권 계약을 맺었다.
멜리의 김동현(金東鉉·40)사장은 “외국음식을 들여와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춰 변화시킨 뒤 다시 해외에 수출한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의 ‘작은 성공’에 대한 김사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검정고시로 중고교를 졸업하고 독지가의 도움으로 겨우 대학을 다녔다.
86년 그는 무작정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 인테리어회사,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호주에서 ‘케밥’이라는 음식에 관심을 가졌고 이 관심이 멜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사장은 “케밥은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아 호주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케밥은 넓고 얇은 빵에 소고기 닭고기와 각종 소스와 야채를 얹어 둘둘 말아먹는 유럽형 패스트푸드.
귀국 후 인테리어 사업을 하며 만난 외식업계 사람들과 의기투합한 그는 작년 8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케밥 전문 패스트푸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 1호점이 문을 연 뒤 1년도 되지 않아 30개점으로 불어났다.
해외진출이라는 뜻밖의 성과까지 올린 김사장은 자신의 성공 배경에 대해 “끊임없이 맛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료를 수집한 덕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식업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 대해 “주변의 아주 사소한 음식이라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상품화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며 “외식업 창업을 하려면 자신의 의도에 맞는 맛을 찾기 위해 땅끝까지 뒤지고 다닌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그는 호주와 미국 유럽 등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혀끝으로 각 지역 케밥 맛의 ‘비결’을 탐색하고 다녔다.
김사장은 또 “외국 브랜드와 대형 매장을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의 성향 때문에 소규모 토종 브랜드는 뿌리를 내리기 힘든 실정”이라며 “치밀한 사전 조사를 거쳐 외국 브랜드에 맞설 수 있다는 결론이 나기 전에는 외식업에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 진출 꿈을 이룬 김사장의 최종 목표는 미국시장 진출. 그는 “맛에서만큼은 자신 있으므로 경영체제를 좀 더 정비한 뒤 패스트푸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한판 승부를 걸어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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