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사채업자 몰린다…엔젤클럽가입등 분주

  • 입력 1999년 8월 29일 23시 17분


벤처기업 투자에 사채업자들이 몰리고 있다.

증권시장이 혼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리도 예상만큼 크게 오르지 않자 사채업자들이 벤처기업 투자를 새로운 고수익사업으로 삼기 시작한 것. 이들은 유망 벤처기업의 지분을 대거 인수했다가 코스닥 등록후 주가가 크게 오르면 되파는 형식으로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채업자들은 벤처기업에 거액을 투자하며 사채이자수준의 고율 우선배당을 요구하는가 하면 가족 및 임직원의 상환보증까지 요구하고 있어 또다른 사채놀이로 변질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사채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사채업자의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또 중소기업청에는 사채업자들이 벤처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하겠다며 요건 등을 묻는 문의전화가 적지 않다. 이들은 1인당 최소한 50억∼100억원의 현금을 굴리던 사채업자들로 사양업종인 사채업에서 손을 떼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벤처기업 투자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인 A엔젤클럽에는 최근 명동의 사채업자 김모씨(50)가 새로 가입했다. 사채경력20년인 그는 자기자금 100억원을 포함, 수백억원의 자금을 벤처기업에 투자해보겠다고 뛰어든 것. 그는 한 업체에 5억원이상씩 투자하겠다며 엔젤클럽 사무국에 투자대상 벤처기업을 물색해달라고 의뢰해 놓은 상태.

엔젤클럽을 통하지 않고 직접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하는 사채업자도 늘고 있다. 오랜 사채시장 경험을 통해 돈이 될만한 사업을 발굴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이들은 요즘 특히 인터넷 등 정보통신과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벤처기업 B사는 최근 인터넷분야에서 유망한 것으로 소문나자 사채업자가 거액의 투자제안을 해와 지분의 30%를 20억원에 넘겼다. 소액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어려움을 겪지 않고 거액을 손쉽게 유치해 자금조달을 끝낸 것.

또 반도체장비업체인 C사도 사채업자에게 지분 10%를 내주고 5억원을 유치했다. 최근 반도체 시황이 좋아지자 이 사채업자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벤처업계는 사채업자가 직접투자에 몰리는데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활동을 직접 지원함으로써 자금난에 허덕이는 벤처기업들로서는 가뭄에 단비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그러나 단기간내에 고수익 회수를 원하는 사채업자들은 창업초기 벤처기업보다는 코스닥 등록 직전 기업들의 지분을 고가에 대거 인수하는 등 투기성향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엔젤그룹 백중기실장은 “막대한 지하자금이 벤처기업에 몰리는 것은 일단 벤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단기간내 고수익을 요구하는 등 가혹한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으므로 벤처기업들은 자금성격을 잘 따져보고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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