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법원의 판결이 행정절차법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만 시정하면 당초 계획의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나 많은 변수가 있는 것이 사실.
금감위는 20일경까지 대생의 감자와 공적자금 투입을 마무리짓겠다는 입장. 그러나 최순영(崔淳永)씨측의 반발과 대생의 투자파트너인 파나콤의 향후 대응에 따라 대생처리는 자칫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대생의 처리지연으로 부실상태가 심화되면서 국민의 세금부담이 점점 불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견되는 상황이다.
▽최순영씨 입지 넓어졌다〓현재 법적으로 대주주의 지위를 여전히 갖고 있는 최순영씨는 이번 판결로꺼져가던‘대생되찾기’의 불씨를되살린것이분명하다.
법원은 비록 정부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은 인정했지만 감자명령 등은 형식상 하자를 들어 잘못되었다고 판시했다. 즉 최순영씨가 앞으로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독자적인 경영정상화를 밟겠다고 주장할 경우 지루한 법정다툼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파나콤이 관건〓최씨는 이 과정에서 파나콤의 투자를 최대 무기로 삼고 있다. 그러나 투자파트너로 믿었던 파나콤의 입장이 현재 불분명한 것이 최대 변수. 파나콤이 500억원의 증자에 참여하기만 하면 정부로서는 법적으로 쉽게 감자하기 어려워지고 경영개선명령을 내리거나 계약이전방식으로 대생을 퇴출하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반면 정부로서는 파나콤만 참아준다면 정부의 계획은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즉 파나콤의 손에 따라 정부와 최순영씨측의 희비가 엇갈리게 되는 셈이다.
유일한 회생의 끈인 파나콤을 대생측이 놓아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
▽금감위 방안〓금감위는 일단 금명간 임시회의를 열어 이날 법원의 판결에 따른 향후 대한생명 구조조정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감위는 20일까지 행정법원이 지적한 절차상의 문제를 바로잡은 뒤 기존계획대로 부실금융기관지정과 완전감자를 통한 최회장의 경영권박탈,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국영화 등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또 이때까지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 바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금감위는 정부와 최회장의 법정다툼으로 인해 이완된 조직을 추스르고 영업망을 재정비하는 등 경영분위기 쇄신을 강도 높게 추진할 방침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