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은 현대그룹 금융 부문의 핵심.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금융재벌’ 삼성을 따라잡으려던 현대의 구상은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또 부채감축 작업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현대그룹은 1일 이익치(李益治)회장의 사법처리 방침이 나오는 등 주가조작 사건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당혹스러워했다.
그룹 구조조정을 책임지고 있는 박세용(朴世勇)회장은 이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집중적인 질문에 곤혹스러워하면서 “우리는 주가조작한 적이 없다.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볼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른 고위 임원들도 “검찰이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다”며 불똥이 어디까지 튈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대는 이날 오후 급히 발표한 ‘현대의 입장’이라는 해명자료를 통해 “현대 계열사나 대주주가 주가조작으로 이익을 취하거나 이로 인해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대는 특히 “바이코리아가 증시활성화와 한국경제를 살리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가조작 수사에 대한 ‘섭섭함’을 나타냈다.
한편 이익치회장은 자신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현대 핵심 경영진과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가 총대를 맨 일인데 나만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
현대는 또 상반기 재무구조 개선에 큰 기여를 한 유상증자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올해중 12조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잡고 있는 현대는 이미 상반기에 5조8000억원의 계열사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하반기에는 그 이상의 유상증자 일정이 잡혀 있다.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사건이 확대되면 당초 계획대로 유상증자를 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스러고 표정이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