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대우證 사장 퇴임 김창희씨 '증권인생 37년'

  • 입력 1999년 9월 2일 19시 25분


최장수 증권회사 사장으로 증권업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대우증권 김창희(金昌熙·62)사장이 2일 퇴임했다.

김사장은 1일 열린 대우증권 이사회에서 “채권단이 대우증권을 인수한 만큼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후 채권단에 사표를 제출, 수리됐다.

김서진(金瑞鎭) 이기식(李基式) 황건호(黃健豪)부사장은 김창희사장과 함께 이날짜로 퇴임했다. 김사장은 연세대 졸업 후 62년 대한증권에 입사,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증권거래소 한국투자공사(증권감독원 전신) 증권금융 등 증권 업계에서만 37년을 보냈다.

김우중(金宇中)회장과는 경기고, 연세대 경제학과 동기동창으로 73년 대우그룹이 대우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대우증권 전신)을 인수하면서 업무부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83년 당시 국내 최대증권사인 삼보증권 인수의 실무주역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 그다음해 대우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김사장은 특유의 보수적인 업무스타일로 15년간(84년12월∼99년9월) 대우증권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업이 사장’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을 정도.

업계에선 김사장의 퇴진을 아쉬워하는 분위기. 그는 설립 당시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대우증권을 현재의 초대형 증권사(6월말 현재 자본금 3797억원, 자기자본 1조6000억원)로 키워내는 역량을 발휘했다.

특히 93년 ‘약정경쟁 중단선언’과 작년 ‘임직원 윤리강령 선포’ 등 증권업계의 질적인 성장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 그러나 장기재임으로 조직이 경직화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 등 비판도 없지 않다.

김사장은 ‘37년 증권계 외길인생’을 마감하면서 대우증권을 21세기 자기자본 5조원, 예탁자산 100조원의 세계 5대 증권사로 키워보겠다던 야망도 ‘대우호’의 침몰과 함께 접게 됐다.

★박종수―이중구씨공동대표에

대우그룹 채권단은 2일 최근 인수한 대우증권 신임 공동대표이사에 이 회사의 박종수(朴鍾秀)전무와 이중구(李重求)상무를 선임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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