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우어음 할인 외면…협력社 자금난 '위험수위'

  • 입력 1999년 9월 2일 19시 25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협력업체 자금난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대우 채권 금융기관들은 대우가 발행한 진성어음을 할인해 주기로 합의했지만 일선 은행창구에서는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는 대그룹 계열 협력업체들조차 현금결제를 요구해 대우의 자금압박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대우자동차 납품업체중 현대 기아자동차에도 공동 납품하는 곳이 많아 대우 사태의 파장이 전 자동차업계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수출차질 심각〓㈜대우 거래은행들이 내국신용장 개설을 회피하는 바람에 수출 협력업체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31일까지 내국신용장 및 대우 수입신용장 미개설 규모는 6억3000만달러. 대우 관계자는 “은행은 협력업체에 물품대금을 내주더라도 해외바이어가 준 신용장을 근거로 바이어 거래은행에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은행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H은행 관계자는 “대우사태가 어떻게 꼬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음을 할인해줄 수는 없다”며 “어음을 들고 오는 업체에 주채권은행으로 가라고 권유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형 선박이나 플랜트 수출도 위기를 맞았다. 바이어들이 계약체결 후 지불하는 선급금(수주금액의 30%)에 대한 환급(還給)보증을 금융권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 대우는 최근 일본 선사로부터 수주한 2800만달러짜리 선박 4척중 2척의 환급보증 은행을 구하지 못해 초조해하고 있다.

대우는 3일 열리는 채권금융협의회에 △내국신용장 및 수입신용장 개설과 △각종 수출건 지급보증 허용을 건의할 계획이지만 은행권이 응할지는 미지수.

▽대우자동차 조업중단 위기〓라노스 누비라Ⅱ 레간자 등을 만드는 대우차 부평공장은 한국타이어가 2일 “현금결제를 하지 않으면 3일부터 물량공급을 줄이겠다”고 통고, 재고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부평 군산 창원공장은 이미 30∼50%씩 조업시간을 단축했고 8월중 수출해야 할 차량 1만2000대의 선적은 무기 연기된 상태.

대우자동차 관계자는 “부품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10일 이후 생산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며 “금융지원이 잘 돼야 외자유치도 잘 될 것 아니냐”고 금융권의 지원을 호소했다.

어음할인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 중엔 돈이 없어 원자재를 구입하지 못하거나 임금체불로 직원들이 조업을 거부하는 곳도 생겨났다. 5,6개의 외국계 협력업체들도 현금결제를 요구하며 부품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압력을 가하는 상태. 타이어업체 뿐만 아니라 인스트루먼트 패널(IP·계기판)과 철강재를 공급하는 LG전자와 포항제철 역시 현금결제를 요구하며 부품공급 중단을 경고하고 있다.

〈박래정·박정훈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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