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주가조작]이익치회장 '作錢'의 진짜 이유는?

  • 입력 1999년 9월 2일 19시 25분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이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작’한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발표대로 주가조작이 분명하다면 그 목적은 일단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차익은 어디에 쓰려고 했을까. 개인의 독자적 의도라는 검찰발표 외에 다른 목적은 과연 없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영실적을 높이려는 것이었다면 사건의 성격은 ‘월급사장의 돌출행동’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한국적 재벌현실에서 개인의 목적을 위해 대재벌 계열사 자금 수천억원을 마음대로 동원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직후인 97년 12월말 현재 현대전자의 결산보고서를 보자. 당시 현대전자의 자본금은 2800억원, 당기순손실 1835억원, 부채비율 688%. 문제가 많은 재무구조였다.

98년 1월13일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당선자는 4대그룹 총수를 불러다 “경영역량을 주력핵심사업부문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같은달 22일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대 삼성 LG의 반도체부문을 단일화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전자의 재무구조를 방치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어 현대전자는 98년 6월경과 11월경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875억원과 4611억원 등 6486억원을 조달했다.

그후 12월24일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과 관련, 실사기관으로 선정된 아서D리틀사는 ‘현대전자가 통합반도체법인의 경영주체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실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재계에선 결론보다도 보고서에 나타난 현대전자의 재무구조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현대전자의 재무구조가 LG반도체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 당시 실사는 주식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대규모 증자를 통한 부채비율 감소와 시세조종에 의한 주가급등이 발생한 현대전자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미묘한 시기〓검찰에 따르면 현대전자 주가조작이 이뤄진 시기는 98년5∼11월까지다. 현대전자의 유상증자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유상증자를 즈음한 해당업체의 주가 ‘관리’는 증권가의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유상증자를 앞둔 종목을 매수하라고 추천하는 일이 많으며 그에 따라 매수세가 유입돼 실제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앞둔 주가관리는 법적인 잣대를 교과서적으로 들이댈 경우 불법적인 시세조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의 평가〓증권 전문가들은 현대전자 주가조작은 빅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목적 외에 그룹차원의 자금조달이라는 성격도 짙다고 평가했다. IMF사태 이후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된 ‘부채비율 200%’준수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인 현대중공업이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사는 동안 다른 계열사와 대주주 등이 편승해 주식을 산 뒤 시세차익을 보고 매각, 자금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현대전자의 재무구조가 개선돼 LG반도체와의 합병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이득까지 챙겼다는 것이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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