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빅딜착수 1년]빅딜 추진과정 뒷얘기

  • 입력 1999년 9월 3일 19시 04분


“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이 아니라 사업구조조정입니다.”

손병두(孫炳斗)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지난 1년동안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빅딜’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입버릇처럼 당부했다. 5대재벌 사업구조조정이 맞교환보다는 합병, 계열분리후 통합이란 형태를 취하다보니 열심히 구조조정을 하고서도 ‘빅딜이 없었네…’라는 평가가 나올 것을 우려한 때문.

그의 우려대로 5대그룹은 1년동안 몇개의 사업구조조정을 성공시켰지만 재계에선 ‘빅딜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산업자원부 등 정부는 재계의 빅딜구상을 미리 전해듣고 언론에 흘리는 ‘굳히기’ 작전을 단골로 폈다. 지난해 9월3일 전경련이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기 수일전 산자부는 “5대그룹이 10개 업종 구조조정계획에 합의했다”고 발표, 손부회장이 최홍건(崔弘健)차관에게 강력히 따지기도 했다.

5대그룹 회장이나 구조조정본부장들의 비밀회동 장소도 정부 인사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빅딜 덕택에 5대그룹 회장들은 전에 없이 자주 만났다.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은 재계 수장(首長)으로서 리더십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기자들 앞에서 모그룹 회장을 무심코 “머리가 덜 돌아가는 사람”이라고 평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김회장은 수일뒤 청와대 재계 회동에서 자신의 발언을 정중히 사과했으나 정작 그 회장은 사전에 김회장 발언을 보고받지 못해 어리둥절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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