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검사들은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반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같은 행태는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독립성 훼손 우려"▼
검사들은 청와대의 발언이 수사의 공정성과 검찰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걱정한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청와대가 직접 압력을 넣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같은 발언을 한 것만으로도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사팀은 최근 수사초기에 비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청와대 발언파문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을 피하고 있다.
특히 이번 청와대 발언은 피의자인 현대측 주장과 거의 같다는 점에서 일선 검사들은 더욱 불만이다. 검사들은 “청와대가 수사중인 사건의 피의자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 주장과 일치"▼
“시세차익이 없으므로 사법처리가 곤란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내용에 대해서도 검사들은 “주가조작은 그 자체로 위법이며 시세차익 실현 여부는 범죄성립이나 사법처리 여부와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검찰은 95년 2월 부광약품 주가조작 사건과 이듬해 경기화학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서 증권사 직원 김모씨와 박모씨 등이 주가를 올려놓은 뒤 제때 팔지 못해 큰 손해를 봤는데도 이들을 모두 구속했다.
검사들은 또 현직 검사가 청와대에 법무비서관으로 파견돼 근무하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검찰청법 제44조의 2는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은 과거 정권에서 청와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 수사에 일일이 간섭해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해쳐온 폐단을 없애기 위해 97년 1월 당시 야당이던 국민회의의 요구에 따라 신설됐다.
▼"청와대파견제 문제"▼
그러나 국민회의는 집권후 검사의 신분을 법무연수원 일반직원으로 바꿔 파견시키는 편법을 동원,사실상 현직검사를 청와대에 파견토록 했다.
한 중견검사는 “검찰선배가 법무비서관으로 있으면 검사들이 영향을 안받을 수 없다”며 “검찰출신의 청와대 파견이 계속되는 한 검찰의 독립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