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추석 상여금 '눈치작전'

  • 입력 1999년 9월 6일 18시 34분


추석 상여금 지급을 둘러싸고 대기업들의 ‘눈치싸움’이 여전하다. 상반기 순익규모가 컸던 기업은 성과배분과 ‘계열사간 형평’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고 금융권의 자금지원을 받았던 일부 대기업들은 채권단의 눈치를 보고 있다.

상당수 대그룹들은 올 추석때 100% 정도의 정기보너스와 함께 5만∼15만원 상당의 선물을 준비, 귀향길을 즐겁게 해 줄 예정.

★현대 귀향비-선물 푸짐

▽5대그룹중 현대 계열사만 선물액이 늘어〓외환위기 직후 ‘경쟁적’으로 상여금을 삭감했던 대기업들은 지난해 매출이 호전되면서 지난해 말 거의 예년수준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성과급체계가 도입되면서 보너스를 단순 비교하긴 쉽지 않지만 올 추석 보너스가 예정대로 지급된다면 대기업들은 대부분 예년 수준을 완전 회복하게 된다.

5대그룹 중에는 현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는 기아자동차 인수직후 미지급 상여금 600%중 150%를 지급한 데 이어 올 추석때 150%를 추가로 지급키로 했다. 또 전자와 자동차에 대해 각각 7만, 25만원 상당의 귀향비와 선물 등을 지급한다.

★성과불문 계열사 비슷

▽계열사별 형평을 중시〓30대 그룹 대부분이 계열사간 성과차이를 무시하고 상여금 지급률을 비슷하게 맞췄다. 삼성과 LG그룹이 주력사의 상여금을 100%로 통일시켰고 롯데 한솔 두산 진로 새한 제일제당 삼양 등도 계열사가 동일하게 100∼200%의 보너스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D램 가격의 초강세로 천문학적 이윤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도 다른 계열사와 동일한 100%의 보너스를 지급키로 했다. 94, 95년 D램시장 호황이후 급격한 가격하락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내부유보 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크다.

★워크아웃社는 불투명

▽금융권 눈치보는 워크아웃 기업들〓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으며 채권단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았던 한라 고합 해태 등은 구체적인 상여금 지급내용을 발설하기 꺼리는 분위기. 비록 정기상여금을 추석에 맞춰 주는 것이긴 하지만 “이 시기에 웬 보너스…”라는 채권단의 질책이 나올까 불안해하는 눈치다.

추석 정기보너스가 따로 없는 대우그룹의 경우 중공업 기계부문이 노사단체협약에 따라 귀향보조금(35만원)을 줘야 하지만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어 실현여부는 미지수.

〈산업팀〉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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