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대우에 신규 자금 1조원 지원키로

  • 입력 1999년 9월 7일 16시 46분


대우그룹 채권단이 7일 ㈜대우와 대우자동차 등 7개 주력사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보증사채 이자지급 문제에 가까스로 합의, 대우 계열사와 협력업체의 연쇄부도 사태를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대우의 93개 채권금융기관들은 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3차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12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업체의 기존 여신한도를 되살려주는 방식으로 총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채권단은 투신권이 보유중인 대우 보증사채의 이자지급과 관련,해당 계열사가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보증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이 책임지도록 했다.

또 투신권이 지난달 대우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매입한 담보부 기업어음(CP)의 이자지급 여부 등은 업체별 채권단회의에서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는 보증사채의 이자지급 책임을 상환능력이 불투명한 서울보증보험에 떠넘기고 민감한 쟁점은 상당부분 후속 채권단회의로 미룬 ‘미봉책’에 불과해 향후 워크아웃 진행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합의 내용=대우 자금사정 악화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채권단 내부의 의견대립을 서둘러 봉합,논란이 재연될 불씨를 남겼다.

당초 보증사채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유예대상에 포함시키려 했던 제일은행 등 은행권은 투신권의 거센 반발에 밀려 이자의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투신권은 “보증회사채는 고객들의 자산인만큼 이자지급이 보장되지 않으면 신규 자금지원에 응할 수 없다”며 표결 실력행사를 통해 뜻을 관철시켰다.

대우 계열사가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아 발행한 회사채는 7조5000억원 규모로 이중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4000억원을 넘는다.

금융계에서는 극심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보증보험이 이자를 정상적으로 지급할 능력이 없는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채권단이 ‘뜨거운 감자’를 금융당국에 떠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모 투신사 관계자는 “이제 공은 당국으로 넘어갔다”며 “보증기관이 감당하지 못하면 정부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공적자금 투입을 기정 사실화했다.

금융기관인 대우캐피탈과 다이너스클럽 코리아의 채무 유예범위와 기간에 대해서는 두 회사가 직접 빌린 차입금(콜 제외) 이자중 절반을 해당업체가 책임지고 나머지는 실사가 끝난 뒤 따로 논의하기로 했다.

▽대우 자금지원=대우에 대한 자금지원은 이번주안에 대부분 마무리될 전망. 이에 따라 극도로 위축된 대우 계열사와 협력업체의 수출과 영업활동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새로 지원되는 금액은 원화 약 2800억원과 외화 약 7억달러 등 모두 1조원규모.

채권단은 수입 및 로컬 신용장(L/C) 개설 등 무역금융과 어음할인,당좌대출 등의 계열사별 기존 한도를 되살려주는 방식으로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주채권은행의 판단에 따라 운영자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6개 주요 채권은행들은 이르면 8일부터 계열사별 채권단협의회를 소집해 운영자금 지원과 경영관리단 파견 문제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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