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직원들은 “사법처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잘 해결되지 않겠느냐. 설사 ‘회장님’이 구속되더라도 향후 경영에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이회장구속후 경영공백을 걱정하는 모습들.
증권가에서도 이회장의 구속을 놓고 ‘자본시장육성에 기여한 만큼 정상 참작이 되어야한다’ ‘회생양이다’ ‘욕심때문에 화를 자초했다’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형편.
★증권가 평가 엇갈려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과 관련, 이회장의 사법처리방침이 알려진 1일 주식시장에선 오후장 막판에 지수가 15포인트 이상 급락, 이회장의 증시영향력을 실감케했다.
그러나 ‘이회장 악재’는 한순간 맹위를 떨쳤을뿐 2일부터는 조금씩 사그러드는 모습. 증권업계는 이회장이 실제로 사법처리되더라도 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분석.
한 증권전문가는 “이회장 사법처리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이는 그동안 증시를 짖눌러온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이 마무리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회장문제’를 재료로 거론하는 사람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공격적 경영 위축될듯
○…증권업계에선 오히려 이회장이 사법처리될 경우 ‘현대증권’의 공격적인 경영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
현대증권은 이회장의 저돌적이고 확대지향적인 경영으로 3년만에 적자 증권사에서 일약 업계 수위증권사로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 특히 이회장의 아이디어로 출범한 바이코리아펀드는 간접투자붐을 일으키면서 증권업계의 수익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기도.
사법처리된후 벌금이상의 실형이 확정될 경우 이회장은 향후 5년 동안 현대증권 임원으로 복귀할 수 없기때문에 사실상 증권업계에서 떠나야할 형편.
그러나 이회장의 검찰소환일인 7일에도 ‘현대전자 주가관련 주요쟁점에 대하여’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이회장의 주가조작 혐의내용을 완강하게 부인.
현대증권은 이 자료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주가조작시기인 98년 5월부터 11월까지 주가상승률이 100%를 웃도는 종목만 644개에 달했다”며 “투자목적으로 현대계열사가 현대전자 주식을 매입한 것이지, 의도적인 주가조작행위가 결부된게 결코 아니다”고 주장.
○…바이코리아펀드의 수탁고는 6일 현재 11조4198억원으로 검찰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1일(11조5346억원)에 비해 1148억원 감소.
환매수수료 부담없이 인출할 수 있는 시점이 속속 다가오면서 환매요청 물량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대우쇼크’로 신규자금이 거의 유입되고 있지 않다고 현대증권측은 설명.
증권업계에선 “‘바이코리아 전도사’인 이회장이 사법처리될 경우 펀드운용의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주고, 이는 전 업계로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대량 환매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
★'바이코리아'도 주춤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현대증권은 강하게 반발.
현대증권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이 당시 매입한 주식을 모두 보유중인 점을 감안할때 주가하락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일부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특히 이날 현재 현대전자 주가는 작년 11월 시점의 주가수준을 훨씬 웃도는 3만7700원으로 중간에 일시적인 주가하락으로 발생한 손실분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
증권전문가들도 “당시 일반투자자들이 현대전자 주식을 팔지않고 현재까지 보유했다면 큰 이익을 봤을 것”이라며 “매매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투자자 본인이 전적으로 책임질 사안”이라고 지적.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