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정치권의 검찰권 개입 논란 및 검찰의 정치적 중립 시비가 이는 등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및 검찰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 검찰총장으로부터 이회장 구속방침을 보고받은 뒤 이회장을 불구속하라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회장이 대북사업에 공로가 큰데다 ‘바이코리아’ 선풍을 일으키며 침체된 증시를 부양시켜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있었던 30대 재벌 간담회에서의 재계 건의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대검은 이날 오후4시부터 2시간 동안 이회장 구속여부를 놓고 대검 검사장 전원이 모인 가운데 회의를 열어 이회장을 구속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검찰 간부들은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으로부터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토론을 벌인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검찰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종범(從犯)인 현대증권 박철재(朴喆在)상무가 구속된 상황에서 주가조작을 주도한 이회장을 불구속하는 것은 법 원칙과 형평에 맞지 않아 이회장을 구속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검찰간부들은 검찰의 방침과 상반되는 청와대의 입장이 전달되자 심야에 검찰청사가 아닌 제삼의 장소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서울지검 임양운(林梁云)3차장은 이날 밤 9시경 굳은 표정으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훈규(李勳圭)특수1부장은 “이회장 구속방침에 변화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실체적 진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임차장과 함께 청사를 떠났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회장에 대한 처벌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며 청와대에서 지시하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현대사건의 처리에 있어서는겨우외환위기에서벗어난 국가경제의 회복이라는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청와대가 이회장의 구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는 8일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 당시 현대증권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실무자들에게 위증을 유도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대중공업 김형벽(金炯璧)회장과 현대상선 박세용(朴世勇)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최영묵·최영훈·이수형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