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정책 세계흐름과 먼거리"…한국경제硏 이승철씨

  • 입력 1999년 9월 12일 19시 18분


‘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왜 보잉과 맥도널 더글라스(MD)가 결합을 통해 독점업체로 부상하는 것을 승인했을까.’

‘국내 공정거래법이 시장우월적 기업의 내부거래를 차단, 계열사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경쟁 체제를 약화시키는 것 아닌가.’

민간 경제계에서 국내 공정거래법을 언급할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승철(李承哲)연구위원은 최근 ‘공정거래경제학’이란 저서를 통해 “공정거래위가 경쟁촉진이란 당초 취지를 넘어 재벌의 구조조정에 개입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덩치’보다 ‘덩치들의 불공정행위’가 문제〓90년대 중반 미 당국은 ‘보잉과 MD가 합치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것’이라는 다른 업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했다. 국경이란 장벽이 사라지면서 유럽의 잠재적 경쟁상대를 감안한 조치였다.

이위원은 “미국 등 선진권은 점차 독점기업들의 시장점유율 보다는 이들의 담합행위를 문제삼는다”고 지적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자산이 크다고 해서 공정위가 각종 규제를 가하거나(대기업집단지정제도) 타기업출자에 제한을 가하는(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월권’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불공정행위 규제도 소비자 이익을 따져야〓현행 법규는 밀어내기 끼워팔기 가격덤핑 등을 불공정거래로 단속 혹은 제한하고 있다. 품질 가격 등으로 ‘진검승부’를 해야한다는 것.

그러나 그는 “대부분의 불공정행위 단속은 소비자들이 아닌 경쟁업체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다”며 소비자 이익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주장.

▽불공정거래의 핵심은 재벌체제〓김병일 공정위 사무처장은 12일 재계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일리는 있지만 ‘한국적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처장은 “국내 시장경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데에는 한국기업들의 특수한 결합형태인 재벌체제가 한몫하고 있다”며 “재벌 구조조정에 대한 개입은 곧 경쟁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라고 반박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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