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에 논문의 취지는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이 시키는 대로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재벌을 해체하고 있다 △재벌 해체로 한국은 붕괴할 것이다 △한국의 잘못은 일본경제를 본떴지만 부품과 소재산업 육성을 소홀히 했다는 세가지다.
한국 지도층이 투자은행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반영하는 냉정한 국제사회의 현실 세계에 순진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 내 사회적 분열이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80년대 한국의 부유층은 미국에서 자산을 운용하고 고위직을 얻기 위해 조국에 거주했다. 미국교육을 받은 자녀들은 미국계 투자은행에 취직했다. 이들은 부유층만이 갖는 정보를 이용해 한국에 투기, 국영기업 민영화와 기업매각 등을 추진해 거액의 보수를 얻고 있다. 기회불평등에 소외감을 느끼는 빈곤층은 과격화할 것이다.
그러나 오마에의 논문은 세가지를 지적받아야 한다.
첫째, 재벌을 관리하는 구조는 필요하며 이를 단순히 재벌해체와 혼동하면 안된다. 과거식 한국재벌은 △상호채무지불보증에 의한 부채 △불투명한 내부거래 △애매한 경영책임으로 국민경제에 시스템 리스크(체제위험)를 일으킨다. 한국에서 정보공개와 불공정거래의 적발, 책임추궁 측면에서 제도정비가 이뤄진 것은 평가할 만하다. 시민단체의 감시도 크게 강화됐다.
둘째, 한국이 부품과 소재산업 없이 일본을 본떠 경쟁력이 없고 앞으로도 산업구조전환의 청사진이 없다는 비판은 판에 박힌 것이다. 확실히 한국의 부품과 소재산업은 취약하다. 그러나 세계최강의 부품 및 소재산업을 지닌 이웃나라(일본)를 둔 한국에서 국산화는 채산상 합리성의 문제이지 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규모의 경제’가 충분히 작용하는 경우는 섬유산업에서 보듯 중간재가 국산화됐다.
셋째, 오마에는 한국의 부품 및 소재산업 부족이 ‘2등전략’의 결과이며 이 전략이 성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세계에는 값비싼 일본제품은 살 수 없지만 비슷한 상품을 갖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있다. 한국의 독자성은 이런 비슷한 상품을 시차없이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2등제품’ 중 몇개는 가까운 장래에 ‘1등제품’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일본이 고령화로 생산을 축소하고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특화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 산업구조가 일본과 가장 가깝다는 것은 최대의 기회로 바뀔 것이다.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동남아의 화교자본이 제조업에 관심을 잃고 중국이 불안해지면서 일본의 중화학공업을 바로 이어받을 나라는 한국밖에 없게 됐다. 한국은 경쟁력있는 산업을 갖고 중간규모의 경제로 아시아분업에 뿌리내릴 수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후카가와 유키코교수 약력▼
△와세다대 경제학부 졸업
△미국 예일대 대학원 수료
△일본무역진흥회 연구원
△한국 산업연구원 연구원
△일본 장기신용은행연구소 연구원
△‘한국 선진국경제론’ 등 한국경제 관련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