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계열사 지분율 IMF이후 급증…총수지배력 강화

  • 입력 1999년 9월 13일 18시 02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재벌그룹 총수의 개인지분은 줄어든 반면 그룹계열사간 지분은 크게 늘어났다.

이는 재벌총수의 지분감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지분을 통한 그룹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13일 증권거래소가 IMF체제 직후인 작년 1월 이후 올 8월31일까지 10대그룹(91개 상장사) 내부지분 변동추이를 조사한 결과, 총수 지분은 3.22%에서 2.82%로 감소하고 계열사(재단법인 포함) 지분은 19.95%에서 28.73%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수개인과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을 포함한 내부지분도 27.23%에서 34.60%로 7.4%포인트 늘어났다.

계열사 지분이 크게 증가한 것은 각 그룹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대규모 물량을 직접배정하거나 실권주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계열사에 인수토록했기 때문.

총수들도 증자에 참여하면서 보유주식수가 8615만주에서 1억5519만주로 IMF직전보다 80.1% 증가했으나 5억3337만주에서 10억4625만주로 196% 늘어난 계열사 지분에 비해 증가율이 낮아 총수지분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총수 및 특수관계인, 계열사 등이 보유한 내부지분은 롯데그룹이 56.1%로 가장 높았으며 △SK 49.4% △현대 43.1% △한진 37.5% 등이 그뒤를 이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내부지분이 21.2%로 가장 낮았다.

총수 개인지분이 가장 높은 그룹은 쌍용으로 6.5%였으며 이어 △대우 5.2% △SK 3.9% △한진 3.6% △한화 3.4% 등의 순이었으며 LG그룹이 0.2%로 가장 낮았다.

계열사별로 회장지분이 가장 높은 회사는 쌍용자동차(25%)였으며 △SKC 24.8% △롯데제과 19.2% △롯데칠성음료 17.4% △현대상선 16.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룹총수가 단 1주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계열사를 통해 지배하는 회사는 현대증권 현대반도체 ㈜대우 삼성중공업 SK텔레콤 LG상사 등 40개사로 전체 10대그룹 상장계열사의 44%에 달했다.

증권거래소는 “IMF 이후 실시된 재벌그룹들의 유상증자는 재무구조 개선과 내부지분을 통한 재벌총수의 계열사 지배력 강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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