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 高유가 비상]물가 들먹…무역수지 악화 우려

  • 입력 1999년 9월 14일 19시 07분


국제유가가 약 6개월만에 두배로 오르자 국내경제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유류와 유제품 가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국내 물가가 들먹거리는가 하면 수입은 늘고 수출은 줄어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기업들도 자체적인 원가절감과 함께 에너지절약형 제품 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오일달러를 겨냥, 중동지역 공략을 준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휘발유 ℓ당 1300원 육박〓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 휘발유가격은 14∼15원의 인상부담을 안게 된다.

정유업체들은 국제유가가 13일 배럴당 24.29달러(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까지 오르자 국내 휘발유가격에 ℓ당 50원 가량의 추가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며 다음달초 가격조정을 검토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유가인상으로 휘발유의 경우 평균 41원의 인상요인이 생겼으나 18원밖에 올리지 못했다”면서 “현재 ℓ당 1230원에 인상요인을 모두 반영할 경우 1300원을 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가인상으로 국내 소비자물가도 불안하다.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르면 물가에는 0.09%포인트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유가가 올해초보다 12∼13달러 오른 점을 감안하면 물가는 연초 예상보다 1%포인트 이상 오른다는 계산.

▽무역수지 악화 우려〓무역수지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수출과 수입 모두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분야는 이미 수입이 크게 늘고 수출은 크게 감소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르면 수입은 8억7000만달러 늘고 수출은 1억7000만달러 감소해 연간 10억40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유가대로라면 올해 무역흑자는 작년 무역흑자(390억달러)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기업 경영전략 수정〓국내 주요그룹들은 국제유가 연평균 전망치를 연초 20달러선에서 22달러선으로 상향조정하고 연초 수립한 경영전략을 전면수정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삼성그룹은 에너지 다소비 계열사에 비용절감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는 산유국들이 대형건설프로젝트 발주를 크게 늘릴 것을 예상, 중동지역 영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편 자동차업계는 휘발유가격인상 전망으로 자동차 판매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대체에너지차량 개발을 서두르고 액화석유가스(LPG)차량에 대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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