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자금의 원천은 수익증권 환매자금〓이번 청약자금 중 가장 많은 부분이 수익증권 환매자금으로 충당됐을 가능성이 높다. 장단기 공사채형 수익증권 잔고는 이달들어 14일까지 6조2953억원 가량 감소했다. 특히 청약이 실시된 13∼14일 이틀 동안 1조4225억원이 환매됐다.
투신사 관계자는 “한때 230조원대에 달했던 공사채형 잔고가 대우쇼크와 환매제한조치 이후 급속도로 감소했는데 이중 상당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배회하다가 이번 청약에 유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대출도 급증〓이달들어 14일까지 은행 가계대출금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빛은행의 경우 가계대출금이 3501억원 증가한 것을 비롯해 △국민 2350억원 △신한 2000억원 △하나 1642억원 △외환은행이 867억원 늘었다.
삼성증권 목동지점 관계자는 “이번 청약이 수익성이 좋다고 소문이 나니까 급히 마이너스대출을 받아 청약자금을 마련한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발행시장만 노리는 개인자금〓직접 주식투자엔 관심을 두지 않고 실권주 공모 등 오직 발행시장에서만 수익을 챙기는 개인자금이 이번 청약에서도 상당한 위세를 떨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6월 현대전자 실권주 공모에 2조7000억원의 개인자금이 동원되는 등 증시 주변에는 실권주 투자용 자금이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
LG증권 관계자는 “이런 자금은 직접투자를 꺼려 주식시장에는 얼씬도 안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하는 이유〓7월의 대우쇼크, 8월의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제한조치에 이어 이달엔 투신사의 지급불능상태를 의미하는 ‘11월 대란설’이 유포되면서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 자금은 곧바로 단기부동화됐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시중자금의 부동화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채권값은 떨어지고(금리상승) 주가는 폭락을 거듭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