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로 인해 투신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유동성이 크게 부족해져 금리 폭등, 주가 폭락,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은 반신반의하는 상황이다.
▽대란설 어디서 나오나〓투신사가 진원지다. 11월 10일부터 대우채가 편입된 수익증권 환매범위가 50%에서 80%로 확대되면 엄청난 환매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예컨대 대우채 편입비율이 30%인 펀드에 1억원을 맡긴 투자자는 지금 환매 요구를 하면 8500만원밖에 받을 수 없지만 11월10일 이후에는 94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어 일부 손실을 부담해가며 환매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대규모 환매사태가 발생하면 투신사들은 보유채권을 내다팔 수밖에 없고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펀드수익률 및 주가 하락→환매 가속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동성이 부족해 환매에 대응할 수 없는 투신사는 결국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우에 22조7000억원의 여신을 내준 은행들도 이자감면 출자전환 등으로 20% 가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떨어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올리기 위해 기업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또 삼부파이낸스에서 비롯된 ‘파이낸스 파동’도 금융시장 불안심리를 가중시켜 11월 대란설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방침〓금감위와 재경부 등 정부부처는 최근 금융대란설을 투신권이 정부의 공적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장해서 유포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그 근거로 투신권의 유동성이 예상 외로 풍부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 8월13일 투신권 수익증권 환매대책 이후 46조원의 환매가 이뤄지고 29조원이 새로 들어와 투신권에서 순수하게 빠져나간 돈은 17조원. 투신권은 이 돈을 모두 내주고도 13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또 10조원에 이르는 은행의 투신권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투신사가 보유한 50조원의 우량회사채를 은행이 직접 매입하면 11월 대량 환매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곳은 일부 부실 투신사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금감위원장은 “몇몇 투신사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특단의 금융대책이나 공적 자금 투입을 고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경준·박현진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