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투자가 DR발행행태]'개미군단'만 피해

  • 입력 1999년 9월 16일 18시 22분


현대자동차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앞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현대자동차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특히 협상타결 전날인 15일에는 국내 기관투자가까지 가세한 투매가 벌어져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정보수집능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이 이들이 던진 물량을 떠안는 상황이 벌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은 당분간 주가가 DR값인 2만6000원대까지 하락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피해를 보게 됐다.

현대자동차의 DR 발행조건은 15일 종가인 3만900원보다 15.85% 할인한 2만6000원. 할인폭이 10%를 넘어섰기 때문에 금융감독위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외국인투자자들은 13일만 해도 현대자동차 주식을 10만주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5일에는 122만주, 16일에는 40만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똑같은 현대차 주식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3만원에 팔고 해외에서 2만6000원짜리를 사면 아무 위험 없이 주당 4000원 이상의 차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

기관투자가는 15일에 345만주, 16일에는 32만주를 순매도했다.

기관투자가도 외국인의 매도로 값이 떨어질 주식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

증권사 관계자는 “DR 발행시 10% 안팎의 할인율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그 규모가 예상 밖으로 컸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 전날인 14일 밤 할인율을 25%선에 맞추기 위해 할인 기준가를 당초 14일 종가에서 15일 종가로 바꿨다는 소문이 돌아 15일 외국인들이 투매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14일 종가는 3만4000원이어서 이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16일 타결된 발행가는 24% 할인된 것. 소문대로 25%에 근접한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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