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열강들의 팽창정책을 모르고는 한일합방을 알 수 없고 글로벌 경쟁의 대두와 국제투기자본의 속성에 대한 이해없이는 IMF 사태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IMF사태가 전적으로 우리의 경제구조가 잘못되고 몇몇 사람이 직무유기를 했기 때문에 초래된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인천대 이찬근교수의 ‘투기자본과 미국의 패권’(연구사)은 IMF 사태를 국제금융의 큰 흐름에서 파악하여 한국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안팎 양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실정(失政)과 준비부족은 빌미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초국적 자본의 이윤논리와 미국의 패권논리 앞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약소국들이 당했다는 것이다. 한동안 떠들던 국제음모론보다는 훨씬 논리정연하고 설득력이 있다.
2차대전 이후의 국제금융 조류와 변모 또 강대국간의 통화전쟁을 상세히 알려줌으로써 97년 아시아 통화위기가 일어난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다. 환난의 바깥 요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교수는 IMF 사태의 국내 주범을 굳이 지적하자면 신자유주의자들과 무능무지한 관료집단이라고 보았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국제화, 세계화라는 구호 아래 한국판 넌센스 경제학을, 관료집단은 국제투기자본의 논리와 세계경제의 패권구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정치권과 합작하여 시장개방과 규제완화를 밀어 부쳤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대기업과 국제컨설팅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감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정치(精緻)한 논거와 이론, 또 환난 이후의 대책 등에 대해선 빈자리를 많이 남겨 두었다. 후속 연구가 기대된다.
비슷한 책으로는 송희식변호사의 ‘대공황의 습격’(모색)이 있다. 검사 출신으로 지금 새문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송희식변호사는 IMF사태를 문명의 조류 등 바깥 요인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있다.
바깥 세계에 무지, 무관심하면서 안으로 희생양 찾기에 바쁜 요즘 세상에 좀 색다른 책들이다.
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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