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그룹 수사 어떻게]대검 증원 고강도 조사 예고

보광그룹 탈세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강도높게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17일 국세청이 이 사건을 고발하자마자 대검 중수부에 배당했다.

국세청이나 금융감독원 고발사건이 통상 서울지검 특수부에 배당돼왔고 대검 중수부가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으면서 고도의 정치적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을 주로 다루는 점에 비춰보면 이는 심상치 않은 일.

이에 대해 대검 간부는 “이 사건은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검찰 스스로 이 사건을 대단히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검찰이 18일 중수부 수사팀 인력을 증원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국세청은 이미 보광그룹과 이 그룹의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사장)사주가 685억원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혐의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규명해 고발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수사인력을 늘린 것은 고발내용인 탈세 이외에 추가로 더 수사할 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검찰이 홍사장과 보광그룹의 탈세 이외에 탈세금 횡령이나 개인비리 등도 함께 수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석현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의지도 강하다.

검찰이 국세청의 고발장을 접수한 17일은 공교롭게도 대검이 중수부에 반부패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특수부장 회의를 열던 날이다.

박총장은 회의에서 “탈세나 외화도피, 기업자금 유용 등 경제분야의 고질적인 부조리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부장 회의의 발언내용이나 분위기가 홍사장 일가의 탈세와 공금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광그룹이나 홍사장 등과의 ‘타협’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찰은 강하게 부인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홍사장이 중앙 언론사의 사주이기도 한데 검찰이나 권력이 끝까지 갈 수 있겠느냐. 중간에 적절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면 시작도 안했다”고 말했다.

한 검찰간부는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이번 수사는 언론과 재벌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