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價평가제 유보추진]투매예방-수요창출 '이중포석'

  • 입력 1999년 9월 18일 19시 04분


2000년 7월 전면실시 예정인 채권시가평가제가 △기존 공사채형펀드의 시가평가제 적용 유보 △추가형펀드의 발매중지 등 두 방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채권시가평가제 도입수순은 △98년 11월17일 이후 설정되는 신규 공사채형펀드에 대해서는 시가평가제를 무조건 적용하고 △기존 공사채형펀드는 2000년 7월에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180조원에 달하는 기존 공사채형펀드에 대해 내년 7월 시가평가제를 전면실시할 경우 투자자들의 대량환매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에 따라 기존 공사채형펀드에 대해선 시가평가제 전면도입을 유보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다독거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펀드의 추가형 설정을 금지해 신규펀드로 고객자금이 들어오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시가평가제 도입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정책협의사항이지만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IMF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금감위는 판단하고 있다.

금감위 김석동(金錫東)금융대책반실무반장은 “환매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고 신규펀드로 자금을 유도하면 내년 7월 시가평가제가 실시되더라도 시장충격은 그리 크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80조원에 이르는 공사채형펀드 중 내년 7월 이전에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는 75%가량. 시간이 흐르면서 이 펀드규모가 자연히 감소하기 때문에 시가평가제 실시시기를 못박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까지 투신사들이 모(母)펀드에 1호, 2호 등 번호를 붙여가며 발행한 추가형. 이들은 시가평가제 대상에서 제외돼 인기가 높았던 반면 신규 모펀드 등 시가평가제 적용상품들은 고객들이 ‘원본 손실’을 우려해 가입을 꺼렸다.

이런 불균형을 막기 위해 추가형을 발매금지하는 경우 고객자금이 신규 펀드로 자연스럽게 몰릴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투신업계는 “현재의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에서는 시가평가제가 적용되는 신규펀드로 돈을 예치할 고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새 펀드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추가형은 금지돼 신규 고객유치가 더욱 어려워졌다는게 투신사들의 불평이다.

게다가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당 펀드에서 채권을 팔아야 하므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대한투신 방철호(方哲浩)상품개발부장은 “6월에 비해 금리가 3%포인트 이상 상승한 시점에서 채권을 팔면 해당펀드의 기준가격이 떨어진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펀드에는 불량채권만 남아 투자자손실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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