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差 사상 첫 6%P…금융시장 불안 확산여파

  • 입력 1999년 9월 19일 19시 57분


대우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3년만기 회사채 등 장기 시장금리가 급등, 장단기 금리 격차가 사상 처음 6%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통상 채권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장기금리와 통화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단기금리가 대략 2∼3%포인트의 간격을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장단기 금리차는 정상적인 시장 메커니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상현상’이라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분석.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통화당국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반적인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얼마나 벌어졌나〓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말인 17일과 18일 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지면서 시장금리의 대표 지표인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연 10.82%로 치솟았다. 반면 단기금리인 콜(금융기관간 초단기자금거래) 금리는 이달초와 같은 연 4.65%를 나타내 장단기 금리차가 6.17%포인트로 확대됐다.

장단기 금리차는 고금리 시절이던 91년초 5%포인트에 달한 것이 최고치로 올들어 대우 위기가 본격화한 7월까지만 해도 평균 2.97%포인트선을 유지했다.

대우문제가 불거진 지 불과 2개월여 사이에 3%포인트 이상 벌어진 셈이다. 그만큼 채권시장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원인〓통화당국이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단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은 선에서 억제하는 반면 불투명한 앞날에 불안감을 느낀 금융기관들이 장기채권 매입비중을 크게 줄이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우사태 이후 고객들의 환매요구에 몰린 투신사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금이 풍부한 은행권은 추가금리상승(채권값하락)을기대해매입시기를최대한 늦추고 있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90일짜리 기업어음(CP) 등 단기채권의 거래는 활발하지만 만기가 긴 채권은 사려는 수요가 거의 없는 것도 장기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풀려나간 돈이 적어서라기보다는 채권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돼 장기금리가 치솟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통화당국의 금리결정 기능이 사실상 상실된 상태”라고 우려했다.

▽파급 영향〓전문가들은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금리구조가 다시 상승 쪽으로 바뀔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는 ‘단기금리 인하→장기금리 하락→은행 예금 및 대출금리 하락’으로 형성된 것. 장단기 금리차가 너무 오래 큰 폭으로 벌어지다 보면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의 추가 상승을 부추겨 금융기관의 여신 및 수신금리 상승을 가져오고 통화당국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재테크 전문가들은 “대우사태가 표면화하면서 금리상승 시점이 늦춰지고 있지만 한자릿수 금리 시대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각 개인의 자금조달 및 운용패턴도 금리상승 추세에 맞춰 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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