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油價, 경영목표 뒤흔든다"…업체, 흑자기대 전면수정

  • 입력 1999년 9월 20일 18시 43분


올해 10조원 매출에 흑자 목표를 1200억원으로 잡았던 SK㈜는 요즘 이 목표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난감하다. 올초 계획했던 목표치는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평균 15달러, 최고 20달러선에서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고 잡았던 수치. 그러나 유가가 25달러에 육박하면서 이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 이 회사 관계자는 “목표치를 고쳐야 하는데 도대체 유가를 예측할 수 없으니 새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형편”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SK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고유가 복병’을 만나 올초 세웠던 경영목표에 크고 작은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원가 부담을 직접적으로 받는 정유사들의 타격이 크다.

정유업계는 원유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를 100% 소비자가격 인상에 반영할 수 없는 탓에 그만큼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는 휘발유의 경우 이달초에도 세전 공장도가격 인상 요인이 ℓ당 50원(19%)이었으나 18.2원(7%)을 인상하는 데 그쳤다.

굿모닝증권은 이로 인해 국내 정유사들의 월간 수익감소분이 정상적으로 가격을 인상했을 때와 대비해 정유사별로 100억∼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항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비행기를 띄우는 데 소요되는 비용 중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 대한항공측은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300억원씩 추가부담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27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순이익을 기대했으나 유가 급등으로 이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곧 국내선 항공운임을 평균 16.7% 인상할 방침. 그러나 “요금 인상을 하더라도 금년 중 약 530억원의 적자를 볼 것 같다”는 주장.

석유화학 자동차 등 관련산업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유가에 따른 원가상승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으로 석유화학(5.13%) 항공교통(4.45%) 화학제품(2.42%) 자동차(1.61%) 산업 등을 꼽았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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