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김정일 면담의미]대북사업 가속도 붙을듯

  • 입력 1999년 10월 2일 00시 02분


대북사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11개월만의 재회’.

정주영(鄭周永)현대명예회장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1일 면담은 현대의 대북사업은 물론 남북경협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베를린 북―미회담 타결과 ‘페리보고서’발표 이후 한반도 긴장완화 분위기에도 상승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로선 일단 이번 면담으로 지지부진한 남북경협의 ‘속도’가 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의 대북사업에서 ‘왕회장’과 김정일 면담은 최후의 초강력 카드. 이는 작년 금강산 관광이 첫 출항 직전 답보상태에 놓였을 때 왕회장―김정일 면담카드로 한번에 뚫었던 데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번에 왕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그만큼 부진한 대북사업에 전기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서해공단조성 급진전

10개월을 넘긴 금강산 관광은 이제 제 궤도에 들어선 상황. 그러나 다른 경협사업은 초기 거창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별 진전이 없다. 작년 6월 1차 방북 때 현대는 북한 아태평화위와 △서해안 공단 개발 △자동차 조립공장 건설 △고선박 해체 등 5개 경협사업에 합의했다.

그러나 현대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서해안 공단 조성만 해도 자본주의 유입을 우려한 북한 상층부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시간만 보내왔다. 현대와 정부의 관측대로 두사람이 이에 대해 합의했다면 현대의 연내 착공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단이 조성되면 중소기업의 북한진출로 이어지고 이는 남북경협을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긴장완화에 긍정 역할

특히 공단 내에서 남북 근로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환경이 마련되면 남북주민간의 상호 이해와 불신 해소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는 이번 면담으로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의 독점권에 대한 북측의 보장 등 그동안 매듭짓지 못한 대북사업 관련 미제(未題)들에 대해서도 ‘일괄타결’의 전기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적자사업에 과잉투자를 하고 있다’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신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만남은 중단된 남북당국간 회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와 북한의 경협을 본궤도 위에 올려 놓기 위해선 남북 당국의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필수적인 만큼 북한도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명예회장과 김정일의 면담이 성사됨에 따라 앞으로 현대의 대북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명재·김영식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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