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인 경영권 교체였던 당시와 달리 이번 국세청 조사결과는 탈루세액 추징뿐만 아니라 조중훈(趙重勳)그룹회장 3부자에 대한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경영권 승계구도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유비행기 매각 등 자산매각으로 상반기 2000억원 상당의 세전이익을 거뒀던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재계 사상 최대의 세금을 추징당하게 돼 비상이 걸렸다.
한진그룹은 육해공 운송서비스를 주종으로 20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는 국내 대표적 물류기업. 69년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면서 재계의 다크호스로부상한한진은조회장이 92년장남인양호씨에게대한항공 사장 자리를 물려주면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시작했다.
6월말 현재 한진그룹은 양호씨가 그룹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대한항공과 ㈜한진의 대주주로 있고 이들 회사가 또다른 주력사인 중공업 해운 증권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3개사의 경영권을 2남(남호·48), 3남(수호·45), 4남(정호·41)에게 배분한 만큼 장남인 양호씨를 동생들이 측면지원하는 형태의 그룹경영이다.
양호씨는 4월 잇따른 비행기 운항사고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 경영권을 심이택(沈利澤)당시 부사장에게 넘겼다. 표면적으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외협력위원장 등 재계 행사에만 참석하고 대한항공에서도 대외업무만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회장의 이같은 처신에도 불구하고 수년내에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점치는 사내외 인사가 많았다. 조회장 역시 83년 옛소련 공군기에 의해 007기가 피격, 승객 269명이 사망하자 1년간 경영을 동생인 중건(重建)씨에게 맡기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국세청 조사결과 그룹내 자산규모와 매출이 가장 많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경영을 책임져온 양호 수호씨 형제가 조회장과 함께 검찰에 고발됨으로써 후계구도의 변화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사법처리 대상이 되더라도 조회장 일가가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완전히 그룹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재계의 관측.
한진 그룹 관계자는 “사건이 대검 중수부에 배속된 만큼 조회장 일가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다만 4형제중 경영능력이 가장 좋다는 두사람이 사법처리 대상이 돼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전례로 볼 때 부자 또는 형제가 한꺼번에 사법처리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관행이 적용된다면 경영권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며 기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