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장은 “96년 이후 대한항공이 법인세를 자진납부한 실적이 전혀 없는데다 작년말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받은 거액의 리베이트를 변칙 처리해 탈세하고 있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통일그룹 일성건설 등의 경우 공사원가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탈세한 혐의가 포착돼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이라며 두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정치적 의도와 연결지으려는 시각을 경계했다. 다음은 이국장과의 일문일답.
―한진측이 해외로 빼돌린 돈의 행방은 밝혀졌는가.
“변칙거래 등을 통해 거액을 해외로 유출시킨 사실은 확인됐지만 정확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일부가 국내로 다시 들어왔는지, 해외 행선지는 어디인지 등의 전모는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한진그룹이 세금을 탈루하는 데 쓴 수법 중에는 지금까지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방식들이 눈에 띄는데….
“항공기를 구입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챙기고 이 돈을 해외 현지법인으로 빼돌리는 등 새로운 수법이 많이 드러났다. 외환거래가 전면 자유화되면 이처럼 국제거래를 탈세에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6일)를 앞두고 이번 조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보광그룹 홍석현씨 구속과 맞물려 표적조사설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한진과 통일그룹에 대한 조사가 9월말에 끝나 며칠간의 실무적인 준비절차를 거쳐 오늘 발표한 것이다. 국정감사나 중앙일보 등 일련의 사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같은 업종의 다른 업체로 세무조사를 확대할 계획은….
“대한항공에 대해선 장기간의 분석과 검토를 거쳐 세금포탈 혐의가 짙다는 판단에 따라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항공기 수입가격 조작 등 대한항공의 수법을 다른 업체도 사용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업체에 대한 조사계획이 없다.”
―통일그룹에 대한 추징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데….
(조사2국 김문환·金文煥1과장)“최근 계열사들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결손액이 컸기 때문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