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홍보대행사 메리트커뮤니케이션즈가 이뤄낸 쾌거에 대해 업계 사람들은 이렇게 평가한다.
순수 ‘한국산’인 메리트가 홍보대행업계 세계 1위인 미국의 버슨마스텔라(BM)를 완벽하게 눌렀기 때문.
메리트는 95년 BM에 지분 25%를 넘긴 뒤 지난달말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경영권은 BM으로 넘어갔지만 메리트로서는 ‘뿌듯한’ 결과였다.
전 직원의 고용이 승계된 것은 물론, 빌 라일런스 사장은 BM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으로, 부사장이던 브라이언 매튜스는 한국지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회사 이름도 ‘메리트―버슨마스텔라’로 고유의 이름을 유지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63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BM이 특정 홍보대행사를 인수하면서 BM이라는 이름 앞에 기존 업체의 이름을 유지해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메리트의 쾌거는 더욱 돋보인다. 89년 메리트를 설립한 라일런스와 매튜스는 원래 BM의 직원이었다. 서울올림픽 홍보를 맡은 BM의 파견 직원으로 한국에 온 두 사람은 당시 한국에 홍보대행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장사가 되겠다”는 생각에 BM을 박차고 나와 한국직원 한 명과 함께 메리트를 세웠다.
이후 메리트는 한국실정에 맞는 홍보전략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과 차례로 대행 계약을 맺었고 ‘친정’격인 BM은 번번히 메리트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95년 월드컵 유치 해외홍보 대행건마저 메리트에게 빼앗긴 BM은 결국 이듬해 한국지사를 철수하고 메리트의 지분을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매튜스 사장은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외국기업의 국내홍보 뿐 아니라 한국기업의 글로벌 홍보 쪽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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