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개막된 제1회 ‘대구라운드’에 참석한 바그와티 교수는 이날 ‘자본자유화와 국제투기자본―진상과 대책’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가 흔히 뭉뚱그려 언급하는 글로벌화에서 국제무역 외국인직접투자 단기자본흐름 국제이민 등 4가지 서로 다른 유형을 구별할 수 있다”면서 “이들 각각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무역과 자유로운 자본이동 사이에는 미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중대한 차이가 있다”며 “자본이동의 자유는 자유무역과 달리 주의깊고 신중하게 다뤄야 할 성질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 등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정책적 안전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부주의하게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허용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며 “단기적인 자본이동을 규제할 수 있는 적절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그와티 교수는 88년 미국 포린어페어즈지에 게재한 ‘자본 신화(Capital Myth)’란 기고문을 통해 아시아 금융위기의 발생가능성을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며 거의 해마다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팬 요토플러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 발제를 통해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 등 경화(硬貨)와는 달리 개발도상국의 연화(軟貨)는 환율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통화를 운영하는 국가들은 환율을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라운드’는 선진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를 재편하자는 취지에서 창설된 비정부기구(NGO)로 김영호(金泳鎬)경북대 경상대학장이 작년 2월 주창해 창설됐다.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가 대구였다는 데서 착안된 이 기구는 앞으로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투기자본 규제 등 신국제금융질서의 확립에 주력하기로 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