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연말 시한에 부채축소 초비상

  • 입력 1999년 10월 12일 18시 42분


정부와 재계가 정재계간담회를 통해 합의한 재벌 구조조정 시한이 연말로 다가옴에 따라 주요 그룹들은 부채비율 축소와 계열사 정리에 비상이 걸렸다.

채권단에 제출한 재무구조개선약정 등 구조조정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신규대출 중단 등 강력한 금융제재가 예상되기 때문. 그러나 최근 주가가 폭락하고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유상증자나 외자유치가 어렵기 때문에 일부 그룹은 부채비율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삼성―SK ‘느긋’〓삼성은 6월말 현재 부채비율 192.5%로 주요그룹중유일하게 이미200% 미만으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개선 약정에서 약속한 연말목표 193.5%도 달성했다.

내부적으로는 연말까지 150%까지 낮추고 내년말 100%까지 끌어내리겠다는 목표를 세워 아주 느긋한 입장이다.

계열사도 작년말 65개사에서 올 4월 중앙일보와 보광을 분리하는 등 현재 49개사로 축소했으며 앞으로 삼성종합화학 등 빅딜대상 업체를 포함해 9개사를 더 분리할 계획.

6월말 부채비율이 227%로 삼성 다음으로 낮은 SK도 연말까지는 목표인 199%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여유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여의도 SK㈜ 빌딩과 SK텔레콤 남산빌딩 등 자산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계열사수도 현재 36개로 연말 목표인 33개로 줄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LG ‘빠듯’〓LG는 6월말 246.5%인 부채비율을 연말까지 199%로 끌어내리기가 상당히 빠듯할 것으로 보고 10억달러의 외자를 추가로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어 외자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

LG관계자는 “부채비율을 맞추려면 투신사 펀드에 들어있는 채권을 팔아야 하는데 대기업들이 환매를 시작하면 증시는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며 “기업 부채에서 채권보유분을 빼주는 예외조항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LG는 5일 LG화재를 계열분리함으로써 계열사수를 작년말 48개에서 올해말 목표인 38개로 줄였다.

▽현대 ‘끙끙’〓5대그룹 중 그룹해체 지경에 이른 대우를 제외하고는 현대의 구조조정 목표달성이 가장 불투명하다.

작년말 449.3%에 이르던 부채비율을 상반기 340.8%까지 끌어내렸지만 연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3조753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더 정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6조399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지금 증시상황으로는 어렵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재 외국투자자들과 협상중이지만 큰 진전은 없는 실정이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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