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국경제]전문가 3인의 진단

  • 입력 1999년 10월 12일 19시 32분


전문가들은 하반기들어 국내외 경제여건이 상반기에 비해 크게 불확실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상승 대우사태 등이 대내외적인 불안요인들이다.

▽조윤제(趙潤濟)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경기순환적 측면에서 경제는 분명 회복세에 있다. 소비와 투자심리도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반도체 중심의 편중된 성장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장기적 추세를 결정하는 구조조정의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우사태의 심각성은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몸살을 앓지 않을 수 없으며 그렇다면 빨리 앓고 지나가야 한다. 순리를 따르자면 위험을 무릅쓰고 장면돌파해야 하지만 정부는 ‘문제가 터지면 개입하겠다’는 식이다. 정부 입장대로 10월말이나 11월초 대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플랜이 나오면 사태가 진정될지 의문이다.

▽박원암(朴元巖)홍익대 경제학과 교수〓올 상반기를 거치면서 부풀려진 기대수준을 조금 낮춘다면 내년 경제가 반드시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엔화강세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원가를 상승시킴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통신장비 자동차 등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한은의 분석대로 잠재성장률이 7%대에서 졸지에 2%로 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유가가 25달러까지 올라간다 하더라도 그 정도까지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4%나 그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가 1300까지는 가야 한다는 부풀려진 기대심리를 버린다면 이같은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신인석(辛仁錫)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국내외 경제여건이 올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들어 나빠진 것은 확실하다. 미국 경기는 하향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내년쯤에는 아시아에 투자된 자본이 다시 미국쪽으로 돌아설 것이다. 또 유가상승 등으로 원자재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대우 계열사들을 부실화시키지 않으면서 조기에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자금은 계속 투신권을 맴돌거나 단기로 들락날락할 것이다. 자금이 장기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부동산 소비 등 비생산적인 쪽으로 흘러들어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성장률이 5∼6%에 이른다고 해도 물가상승을 수반함으로써 고비용 저효율의 병폐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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