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해외언론인인 락스미 나카르미 아시아위크 서울지국장이 15일 ‘우울한’ 메시지를 던졌다. 자유기업센터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카르미는 우리 산업경쟁력의 낙후성을 조목조목 열거하면서 “정부 정책에서 중장기 비전을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고용확대정책 필요
79년부터 한국 산업현장을 취재해온 그는 한국경제는 일단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정책핵심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성적인 고용불안은 유럽형 경제침체를 불러 사회주의의 득세를 야기시킨다는 게 그의 지론.
이같은 관점에서 그는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자동차 반도체 유화 철강 조선 섬유 등 6대산업의 경쟁력은 한계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체들이 3만명 정도의 인력을 줄였고 조선도 경기순환상 하강국면에 접어든데다 유화 섬유 철강도 고용능력이 약화됐다는 것.
특히 대우자동차가 GM에 넘어갈 경우 대우의 연구개발 부문, 수출 등이 줄어들게 되며 내수라이벌인 현대자동차에도 타격을 줘 3, 4년내 20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실업도 예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카르미 지국장은 고용을 위해 관광 등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지만 관광당국이 곳곳에 산재한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천기술 있어야
그는 정부가 재벌체제의 대안으로 정보통신 분야와 벤처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과 관련, “원천기술 없는 정보통신 산업의 육성은 ‘허상’에 불과하며 중소기업은 정부지원이 없으면 무너질 곳이 대부분”이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근태 국민회의 부총재와 정운찬 서울대 교수 등 현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지지하거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