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車 LPG 사용 허용…공청회거쳐 확정예정

  • 입력 1999년 10월 24일 19시 26분


논란을 빚어온 7∼10인승 레저용 차량(RV)의 액화석유가스(LPG) 사용이 내년에도 계속 허용된다. 대신 휘발유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LPG와 경유 가격은 내년중 크게 오른다.

또 2001년부터는 차종별 연료 제한이 완전히 풀려 자동차 제조업체와 소비자가 마음대로 연료를 선택하게 된다.

정부는 23일 정해주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재경 산자 건교 환경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7∼10인승 승합차의 LPG 사용제한 문제를 논의,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승합차로 돼 있는 RV형 차량을 내년부터 승용차로 전환하면서 LPG 사용을 불허하려던 정부의 당초 계획은 철회됐다.

정부는 LPG나 경유 등의 가격인상에 따른 택시 버스요금 인상을 막기 위해 세수 증대분을 택시 버스 등의 연료보조비로 활용키로 했다. 정부는 이런 방침을 26일 열리는 공청회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왜곡된 에너지가격 구조〓RV차량의 LPG 사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에너지가격 개편 문제로 귀결됐다. 근본적으로 휘발유에 비해 LPG나 경유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는 등 에너지 가격구조의 왜곡이 이번 문제를 불러왔다는 게 정부의 판단.

현재 수송용 연료 중 휘발유의 소비자가격은 ℓ당 1230원대인데 비해 LPG는 337원으로 27%에 불과하다. 원가는 휘발유(305원)가 LPG(241원)에 비해 크게 높지 않지만 판매가가 크게 다른 것은 세금 때문이다. 휘발유에는 교통세 교육세 등의 명목으로 863원의 세금이 붙지만 LPG는 세금이 54원으로 겨우 6% 수준. 이때문에 특정 차종에 대한 LPG 사용 허용은 특혜라는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에너지가격체계 개편 작업은 탄력이 붙게 됐다. 산자부는 교통세 교육세 등으로 다원화돼 있는 에너지관련 세금을 열량과 탄소발생량을 기준으로 한 에너지세로 통합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얼마나 오를까〓정부는 내년중 LPG와 경유 값을 단계적으로 올릴 방침. 이를 위해 관련 부처 등이 참여하는 가격조정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최종 연구결과는 내년 상반기중 나올 예정이지만 산자부 용역으로 올 8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작성한 가격개편안에 따르면 2002년 말까지 휘발유 경유 LPG의 가격구조를 100대56대33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는 이 안을 토대로 외국의 가격체계를 참고해 절충한다는 방침이어서 인상폭은 그 중간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휘발유 경유 LPG의 가격이 100대80대51, 이탈리아는 100대78대60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 LPG 가격을 올려도 휘발유에 비해 저렴한 것은 사실이나 사용의 불편함, 위험성, 낮은 출력 등을 감안하면 휘발유와 거의 동등한 입장이 된다는 것.

정부는 이렇게 에너지원별 가격구조를 ‘현실화’한 뒤 차종별 연료사용 규제를 철폐할 방침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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