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산업 구조개편 ‘속도’ 논란

  • 입력 1999년 10월 25일 19시 11분


“가스산업에 조속히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준비없이 성급하게 추진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둘러싸고 ‘속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민영화 자체에는 같은 시각이지만 이를 빨리 추진하려는 정부와 너무 서두른다는 업계 및 전문가들간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정부 “경영-서비스 개선”▼

▽정부의 개편안〓한국가스공사의 도입 및 도매부문을 2001년까지 분리매각하고 인수기지와 주배관망에 대한 정부보유 지분 일부도 2001년에 매각한다는 것이 골자.

소매부문에 대해서도 지역배관망 미설치 지역에 대한 신규진입을 우선 허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자원부는 안진회계법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제출한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이런 내용의 가스산업구조개편안을 마련, 최근 가스공사 한국전력 도시가스 업계와 소비자단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여는 등 ‘행보’를 빨리 하고 있다.

정부는 독점체제인 가스산업에 경쟁을 도입할 경우의 효율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체제로 경영의 생산성을 높이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취지다. 선진국들이 속속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너무 빠르다〓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 가스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성급한 일정”이라는 지적도 많다.

▼업계 “원료값만 오를것”▼

우선 ‘경쟁체제 도입론’에 대해 업계에서는 “2006년부터라야 도입경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5년까지는 이미 계약된 물량만 하더라도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3∼5개 자회사로 쪼개더라도 이는 진정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오히려 국내 회사간 과당 경쟁으로 도입가의 상승만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천연가스는 원가의 60% 가량이 원료 구입가이기 때문에 원료도입가의 상승은 국내 가스가격의 상승으로 직접 이어진다”고 말했다.

다수의 가스전이 있어 생산자간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다.

경쟁도입을 위한 설비와 제도 등 인프라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배관망 액화설비 저장설비 등이 완비되기까지는 최소한 5∼8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인프라 구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 도입은 허울뿐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제도 정비와 설비구축에 최소한 5년 이상 걸렸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민영화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이런 현실적 조건들을 무시하고 너무 앞서 나간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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