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는 비용절감을 위해 무조건 사람을 줄이면 됐지만 최근들어 인력감축의 후유증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기 때문.
▼“신규사업 누가 맡나”▼
가장 큰 문제는 IMF 당시 부장,차장 등 간부사원을 집중적으로 정리하는 바람에 인력구조의 허리부분이 부족하다는 점.
중견그룹인 K그룹은 최근 대규모 외자유치에 성공한 후 정보통신 등 신규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신규사업을 맡을 실무책임자들이 모자라 걱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 인력감축 때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기획팀이 가장 많이 정리돼 신규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회사 기밀사항을 다루는 업무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스카우트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IMF이후 신규사원 채용이 크게 줄어 하부인력도 취약해졌다는 점.
삼성그룹의 경우 IMF 이전에는 매년 4000여명씩 신입사원을 채용해왔으나 작년엔 인턴사원을 포함해 2000명을 채용했으며 올해도 2000명 채용에 그칠 예정.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손익계산에 민감하다보니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을 극히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구조기형화 심화▼
이처럼 신규고용을 억제하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급속도로 진전될 경우 기업들은 또다시 양적인 고용확대에 나설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의 고민.
과거에는 기업의 인력구조가 중간인력과 하부인력이 많은 피라미드형이었으나 최근에는 역피라미드화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노동통계연감에 따르면 3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94년 74%에서 98년 78%로 상승했다.
▼젊은사원 이직도 골머리▼
IMF때 대거 정리했던 연구개발 인력의 부족도 기업 경쟁력 강화의 발목을 붙잡는다.
대덕 중앙연구소 인력의 30% 가량을 정리했던 한화그룹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뒤늦게 연구개발부문 충원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
이밖에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젊은 사원들의 이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IMF이후 종신고용이 사라지면서 중견기업 중소기업 젊은 사원들의 이직이 부쩍 늘었다”면서 “각 기업들은 각종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유능한 사원들 붙잡기에 안간힘을 쓰는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고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고용으로 사내 애사심을 확보하되 개인 능력에 따라 시장가치를 연동시키는 성과보상제도 등 전략적인 보상으로 기업과 사원간에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